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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비 Sep 14. 2023

놀이터에서 상처받은 아이에게


놀이터는 아이들의 놀이공간이자 사회, 정치터, 또 다른 학교이다.

나는 그렇게 믿기에 날씨가 허락하면 부지런히 놀이터로 향한다.

그래서 오늘도 둘째 하원 후 놀이터로 직행!


항상 '그네'가 문제다.

둘째 아이가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남자아이가 나타났다.

그 아이가 빨리 내리라는 식으로 눈치와 핀잔을 주니

둘째는 바로 그네에서 내려와 시무룩해졌고 집에 가자고 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둘째 아이는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놀이터에서 자주 있는, 별거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많이 서러웠던 모양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예의 없는 그 오빠의 행동에 화났고

억울한데도 한 마디 못했던 것도 속상하더란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아이 등을 쓰다듬으며 나는 이렇게 말했다.


많이 속상했지?

그런데 OO야~, 세상에는 내 생각과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아

엄마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그냥 '아~ 이런 사람도 있나 보다' 하고 그냥 가볍게 넘기려고 해.

나와 너무 생각이 다르고 예의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 때문에

최대한 엄마 마음이 다치지 않게 노력해. 안 그러면 엄마가 너무 힘들어지니까.

그리고 '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행동했을까?' 한 번 생각해 보면 가끔 이해되기도 하더라고...

OO이도 앞으로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거야.

그럴 때마다 우리 마음이 너무 다치지 않게, 조금은 장난치듯이 위트 있게 넘겨볼까?

그리고 그 사람들의 마음도 한번 생각해 볼까?


아이에게 한 말이었지만, 이건 나에게 하는 위로였다.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말과 행동으로 나를 힘들게 하던 사람들,

난 그런 사람들과 만나는 상황을 잘 대처했고 무난히 사회생활을 했다고 자부했지만

지나고 보니 나에게 아스라이 깊은 상처로 남아있었던 것 같다.

마흔이 넘었는데도 그런 사람들을 보면 아직도 울화가 치미니..


부모로서 힘든 모든 것을 다 막아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우리 아이들은 조금 덜 상처받길 바라고,

스스로 잘 이겨내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위해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따뜻한 집밥 지어주고,

등 쓰다듬으며 위로의 한 마디 건네는 것뿐이겠지만,

그 사소함의 위대함을 알고 있기에

난 오늘도 열심히 요리를 하고 살림을 하며 아이들의 등을 토닥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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