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난로

by 엄마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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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너처럼 작은 아이였을 때]


엄마가 살던 집에는 따듯한 연탄난로가 있었어.

추위가 시작되기 전에 아버지는

연통을 마당 한가득 사 오셨어.

딱 이맘때쯤 말이야.

그리고 연통을 차곡차곡 높이 쌓아 올려

난로에 연결하셨단다.

처음에는 휘청이던 연통이 어느새 단단히 고정이 되어

멋지게 벽에 뚫린 구멍 밖까지 뻗어나갔지.


겨울, 우리 집에서는 가족을 따듯하게 감싸준 하얀 김이

연통 밖으로 모락모락 피어오르기도 하고

학교로, 일터로 떠나 집이 비어있을 때에는

연통 끝에 고드름이 맺혀있기도 했어.

바깥놀이를 하다가도 모락모락 올라오는 연통의 김을 보면

정다운 마음에 집에 뛰어 들어가기도 했단다.


어머니는 난로 위에 커다란 양은 주전자를 올려

차를 끓여주시곤 했어.

양은 주전자 안에는 어떤 때에는 보리가,

어떤 때에는 말린 옥수수알이,

어떤 때에는 결명자가 들어 있었어.

늘 고소한 옥수수 차였으면 좋았겠지만

어머니는 눈에 좋다는 씁쓸한 결명자차를

더 자주 끓여주시곤 했어.

안타깝게도 말이야!


지금은 세상이 너무 어려워 살기가 어렵다고 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지만,

그 시절에는 모르는 것도 없고 못하는 것도 없는

그 시절의 주인공들이었단다.

연통처럼, 양은 주전자처럼

모락모락 우리를 감싸주던

단단하고 빛나는 겨울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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