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그 녀석

에피소드 1. 초코와의 첫 만남

by momoblanc

그날은 하늘이 맑았다.

전날 밤 내린 비가 그치고 난 뒤의 하늘은 유난히 쾌청해서, 괜히 걷고 싶어지는 날이었다.

암 수술 이후, 운동은 꾸준하진 않아도 끊지는 않았다.

아빠가 끊어준 1년 치 헬스장 회원권을 쓰기 위해 차를 몰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주말마다 가려고 마음은 먹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역시 뭐든 꾸준하고 끈덕지게 하는 사람들이 결국 성공한다.

브런치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필 받을 때만 쓰는 내 모습이란.

결국 헬스장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주변 공원을 걷다가

1년에 한두 번 살까 말까 한 빵집에서 빵을 사고 나오는 길이었다.

그때 반대편에서 삽살개처럼 보이는 개 한 마리가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의 발끝에 바짝 붙어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주인을 참 좋아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서로 반대 방향에서 횡단보도를 마주쳐 지나갔다.

그런데 그 아이가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마치 귀찮다는 듯, 개를 떼어내려는 모습이었다.

이상했다.

‘주인이 아닌가?’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서도 멀찍이 서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삽살개는 계속 아이에게 매달렸고, 아이는 끝내 외면했다.

그제야 알았다.

아, 길 잃은 유기견이구나.

그냥 가려다가도, 몇 발짝 가다 다시 멈춰 서서 그 녀석을 바라보게 됐다.

그러는 사이 반대편에서 한 아저씨가 긴 장대우산으로 개를 쫓아냈다.

녀석은 몇 번 다가가다 결국 포기했다.

그리고 갑자기—

교차로의 4차선 도로로 뛰어들더니, 흰 차를 쫓아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무슨 놈의 개가 말처럼, 종마처럼 빠른 속도로 뛰었다.

‘무슨 개가 저렇게 빨라…’

그러다 문득 들었다.

저러다 곧 죽겠다.

나는 고민했다.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인가, 아니면 그냥 내 갈 길을 갈 것인가.

귀찮아도…

살려만 놓으면 괜찮지 않을까.

지금 생각하면 참 안일한, 잇팁의 판단이었다.

20초도 고민하지 않았다.

나는 바로 길을 건너 녀석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녀석은 나를 피했다.

모자를 눌러쓰고 운동복 차림인 내가

그다지 신뢰할 만한 인간으로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이리 와… 이리 와…”


당연히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내 손에는 아까 산 빵 봉지가 들려 있었다.

빵을 꺼내 한 조각씩 바닥에 놓았다.

그제야 녀석이 천천히, 졸래졸래 따라오기 시작했다.

유기견이었다.

배가 많이 고팠을 것이다.

그 근처에는 내가 키우는 강아지가 다니는 동물병원이 있었다.

나는 빵을 한 조각씩 떼어주며 녀석을 병원 쪽으로 유도했다.

솔직히 말하면, 녀석의 몰골은 무서웠다.

언제 물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빵을 던지듯 놓으며 거리를 유지했다.

생각보다 순하고 착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병원 건물 앞에 다다르자,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그 쾌쾌하고 냄새나는 녀석을

내 두 팔로 안아서 2층 병원까지 데려다줄 용기는 없었다.

계속 유도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10분쯤 실랑이를 했을까.

내 몸에서는 땀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나는 유기견과 길 한복판에서 대치 중이었다.

그때, 지나가던 20대 청년들이 관심을 보였다.

내 이야기를 듣고는,

아무렇지 않게 녀석을 번쩍 들어 올려

2층 병원까지 데려다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 모든 일은 마치 정해진 순서처럼

착착 맞아떨어진,

어딘가 계획된 일 같았다.

그렇게 녀석은 병원에 맡겨졌다.

갈 곳 없는 녀석이 향해야 할 곳은

시 보호소뿐이었다.

안락사가 시행된다는, 시 보호소.

강아지는 키워봤지만

유기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그 녀석을 시 보호소에 맡기게 되었다.


그 후에 일들은 참으로 피 말리는 일들의 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