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그 녀석

에피소드 2. 초코라고 불러주세요

by momoblanc


“이름은 무엇으로 하시겠어요?”

이름은 중요하다.

평생 불려야 할 것이고, 아니면 그전에 이미 누군가에게 불렸던 이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아이를 만나고 나는 계속해서 고민의 기로에 서 있었다.

처음 본 아이는 털색이 꼬질꼬질했고, 누더기처럼 보였다.

그 누더기 같은 털에 묻은 이물질들은 마치 초코칩 쿠키에 박힌 초콜릿처럼 얼룩덜룩했다.

이름의 의미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초코라는 이름이 귀여웠다.

평생 불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귀여운 이름이면 괜찮을 것 같았다.


“초코라고 해주세요.”


초코는 그날 병원에서 기절하듯 푹 잠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달, 나는 회사에 반차를 쓰고 초코를 시보호소로 데리고 갔다.


전날 이미 초코를 구조했고, SNS에 초코의 상태를 널리 알렸다.

“시보호소는 안 된다.”

“제가 임보 할게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내고 댓글을 달았다.


왜 시보호소에 맡기느냐는 말부터,

사설보호소로 보내라는 이야기,

그 와중에 도움이 되는 조언들도 섞여 있었다.


결국 시보호소에 맡긴 뒤, 급하게 근처 사설보호소에 전화를 돌렸지만

모두 부재중이거나 포화 상태라는 답뿐이었다.


그때 알게 되었다.

유기견은 말도 안 되게 많고,

버려지고, 죽고,

사설보호소는 환경도, 금전도 늘 한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시보호소는 시외곽,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도착한 새 건물이었다.

케이지에 담긴 초코는 과격하게 옮겨졌다.


“얘 이름이 뭐예요? 인상이 안 좋게 생겼네.”


초코는 무서워서 케이지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잘못 왔구나.


이 아이는 한 생명으로, 한 인격체로 다뤄지지 않았다.

길을 걷다 포획된, 그저 ‘살아 있는 물건’ 같았다.


그곳에는 그런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

포화 상태였고,

어떤 병이 있는지,

어떤 상처가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 채 끌려온 아이들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일하는 시간에도 계속 생각했다.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사설보호소 전 담당자에게 연락하고,

봉사단체에 가입하고,

입양·임보를 희망한다는 사람들과 컨택했다.


지역 봉사단체에 가입해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고,

다행히 초코가 시츄 믹스라

시츄 구조 계정을 운영하는 관리자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말로는 임보를 하겠다고 해놓고

보러 오지도, 답장을 하지도 않는 사람들.

서울에서 일부러 와놓고

초코의 상태만 보고 돌아간 사람.

별별 오지랖의 인간들까지.


40년 넘게 살았지만

이런 세상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천태만상, 인간의 군상들이었다.


아이의 목숨은 살렸지만,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아, 귀찮은 일에 제대로 휘말렸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왕 발을 들인 이상, 뺄 수는 없었다.

내가 손을 놓는 순간

이 아이는 이 세상에서

자기 안위를 물어봐 줄 사람조차 없어질 테니까.


인간보다 동물을 더 좋아하는 나에게,

그 아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 대한 고마움’을 알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