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과 초승달의 상관관계에 관하여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래전부터 달을 사랑했다.
보름달을 기다리는 늑대인간처럼
밤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았다.
길을 걷다가 무심히 고개를 들면 달은 늘 거기 있었고
기울었거나 혹은 꽉 찼거나..
어떤 모습이어도 달은 그저 어여뻤다.
한숨이 턱까지 차올라 숨이 철벅거리던 길도
달은 말없이 함께 걸어 주었고
그 휘영하고 창백한 밤거리에서 난 혼자여도 견딜만했다.
쓸데없이 지치고 마음만 분주한 시간이 지나고 있다.
손톱이 길게 자란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머리를 감다가도 로션을 바르다가도 내 손톱에 내가 자꾸만 다치고 있었다.
퇴근하고 먹고 치우고 씻고 나니 여느 때처럼 밤 10시가 가까운 시간.
오래전, 어린 딸에게 젊은 엄마는 "밤에 손톱 깎으면 안 된다"라고 그렇게 주의를 줬지만
내일 아침을 기약하다 자라고 자라 나를 찌르는 손톱을 생각하니 손톱 깎는 일을 더는 미룰 수 없었다.
또각또각-
잘라 늘어놓은 손톱이 초승달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승달을 보고 있자면 왠지 열린 결말의 소설 같아서
설레거나 아련하거나...
이런저런 심상이 엎치락뒤치락했다.
쓸데없이 감정이입에 능한 타입은 스스로 피곤하다.
화장대 위에 놓인 초승달 열 개를 잠깐 바라보다가
손바닥으로 싹싹 쓸어 담아 휴지통에 넣고는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내다보았다.
달은 보이지 않고 밤이 되어도 식을 줄 모르는 삼복의 열기만 훅- 끼쳐 들어왔다.
하지만, 보이지 않아도 거기에 달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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