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림이 좋아

모든 색은 예쁘다

by 모모씨
그림을 그리면서 알게 된 소중한 이해는 모든 색은 예쁘다는 것






그림 그리는 일이 즐거운 이유는
빨강과 노랑을 섞으면 주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어릴 때는 그런 줄만 알았다.

빨강+노랑=주황

파랑+노랑=초록

빨강+파랑=보라

뭐 이런 공식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감 좀 섞어 본 경험에 의하면 주황은 주황이 아니고, 초록도 그저 초록일 수는 없다.

물감양의 아주 작은 차이로도 색은 미묘하게 달라졌고

물의 농도나 주변 색의 영향에 따라서 같은 색도 다르게 보인다.


물감 하나 조색하는 일도 이렇거니와

사는 일이 공식대로,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는다고 낙담할 일은 아니다.
색과 색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스펙트럼처럼
모든 일과 관계에는 모든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금 내 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 일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정말 알 수 있을까?

사람과의 관계가 어떤 인연이 될지 알 수 있을까?

빨강 물감과 노랑 물감을 섞었는데

내가 생각한 그 주황이 나오지 않았을 때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빨강 혹은 노랑 물감을 조금 더 넣어보거나, 물을 더 섞어보거나..

주변 색을 좀 더 어울리는 색으로 칠해볼 수도 있다.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가 생각하는 주황색의 범위를

잘 익은 살구색 연한 주황부터 거무튀튀한 벽돌색 주황까지로 늘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


무엇을 정해놓거나 기대하지 않으면 불행은 없다.

그물을 넓게 치고, 바운더리를 크게 잡고

그저 물감을 섞듯 그때그때 밀려오는 현실을 맞이할 뿐이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image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달빛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