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없다
길고도 뜨거운 여름, 남산 둘레길 회화나무 그늘 아래엔
입추의 매미울음이 무성하고도 짙은데
작열하는 아스팔트, 발아래 차이는 것은
뜨겁던 매미의 전생애다.
어둡고 축축한 땅 속에서 벌레의 몸으로 7년을 살고난 뒤
밝은 태양 아래 싱그러운 여름 햇살을 받으며 고작 일주일을 살 뿐이라는
매미의 일생에 대해 알게 된 사람들은 매미를 동정하기 시작했다.
땅 속에서의 7년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든, 암울한 인고의 시간이었든.
인생에 대해 나태했든, 사랑에 관해 치열했든.
그 모든 삶을 짊어진 죽음은
전적으로 남겨진 자의 몫이며 타자에 의해 평가된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자신의 죽음을 자각할 수 없으며
따라서 죽음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의 삶을 총평할 수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걸까
죽음은 함부로 전시되어 무심한 관객들에게 각자의 이야기로 말을 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