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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여름

죽음은 없다

by 모모씨
예년에 비해 매미울음의 dB이 두 배는 높은 듯 한, 2025 여름






길고도 뜨거운 여름, 남산 둘레길 회화나무 그늘 아래엔

입추의 매미울음이 무성하고도 짙은데

작열하는 아스팔트, 발아래 차이는 것은

뜨겁던 매미의 전생애다.


어둡고 축축한 땅 속에서 벌레의 몸으로 7년을 살고난 뒤

밝은 태양 아래 싱그러운 여름 햇살을 받으며 고작 일주일을 살 뿐이라는

매미의 일생에 대해 알게 된 사람들은 매미를 동정하기 시작했다.


땅 속에서의 7년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든, 암울한 인고의 시간이었든.

인생에 대해 나태했든, 사랑에 관해 치열했든.

그 모든 삶을 짊어진 죽음은

전적으로 남겨진 자의 몫이며 타자에 의해 평가된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자신의 죽음을 자각할 수 없으며

따라서 죽음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의 삶을 총평할 수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걸까


죽음은 함부로 전시되어 무심한 관객들에게 각자의 이야기로 말을 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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