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것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위로

by 모모씨
나비와 나비.jpeg 나무그늘 아래 볕뉘는 어지러이 흔들리고 ⓒ momocci








여름의 태양은 기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경사도가 완만한 산책로를 걷는데도 이마엔 땀이 맺혔다.


바람은 나뭇잎을 살랑 흔들었고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투명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나무 그림자는 바닥에 흩어져 이리저리 흔들렸다.

일렁이는 햇살과 맑은 바람의 속삼임을 듣고 있자니

약간의 현기증이 일었다.

바람도 햇살도, 꿈인 듯 생시인 듯

모든 것이 완벽한 순간이었다.




영화 [Perfect days]에서

공공화장실을 청소하며 살아가는 주인공의

유일한 취미이자 기쁨은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으며

'코모레비(나뭇잎사이로 일렁이는 햇살)'를 카메라에 담는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

어제와 다르지 않은 매일을 살면서도

마음만 보내면 만날 수 있는 반짝이는 것들,

순간순간의 코모레비를 찾는 것.

코모레비를 채집하는 것은 온전한 이 순간에의 현존이다.




햇살 속을 걷고 있자니

눈이 부신 현기증 속에서 갑자기 눈물이 솟았다.

깊고 깊은 심연에 꼭꼭 감춰져 있던

나의 정수(精髓)가 흘러나오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눈물이 흘러나온 그 자리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환희가 차올랐다.


완벽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완벽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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