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모르는 것 투성이인 삶의 길 위에서
봄비인지 겨울비인지 알 수 없는 비바람이 몸을 흔들던 날
이가 딱딱- 부딪치도록 몸을 떨게 하는 그 차디찬 바람이
꽃샘추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일은 돌고 돌았다.
메마른 나뭇가지에 돋아난 새싹은 녹음이 되고, 붉은 꽃이 되었지만
가을이면 이내 낙엽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을 남겼고
반가운 낯빛으로 나타난 친구는 기억에도 없던 오래된 청구서를 들이밀기도 했다.
언 땅이 녹고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
찬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가 싶었더니
미처 마중을 나가지도 못했는데
성급한 봄은 떠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비바람에 분분히 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마음이 한없이 서성이던 날.
떠도는 꽃잎처럼 정처 없이 흩날리는 내 마음이
머물 자리가 어디인지 문득 궁금해하다가
'떨어지는 눈송이 하나도 제가 떨어질 자리를 알고 있다.'던
어느 선사의 말이 떠올랐다.
선사의 말은
떨어질 자리를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떨어진 그 자리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뜻으로 와닿았다.
꽃은 피고, 비바람이 불고, 또다시 꽃잎이 뚝뚝 떨어져도
그 모든 일은 다 괜찮고 좋은 일이라는.
지금 여기, 이 모습 이대로가 나의 전부라는
그 서늘하면서도 더할 나위 없는 자각.
나에겐 더 알아야 할 것도, 더 알고 싶은 것도 없었다.
모든 일은 나를 위해 일어나고 있으니까.
비로소 진정한 '자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