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

'나'라는 덤불 속에서

by 모모씨
가시나무.jpg 내게로 향하던 천 개의 눈을 감는다 © momocci








시인과촌장의 <가시나무>라는 노래를 오래도록 좋아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로 시작하는 노랫말은

첫 소절 가사부터 어린 영혼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명백히 하나뿐인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무수하게 들어차 있어서

나와 당신들까지 괴롭힌다니.




달콤 쌉쌀하고 시금털털하기도 한..

오묘하고도 다양한 인생의 맛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에도

결국 나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내 밖의 허다한 것들이 아니라

'내 속에 가득한 나'때문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했던 것일까.




이러저러한 삶의 경험치가 쌓일수록

'나를 힘들게 만드는 건 타인이 아닌 나'라는 증명만이 남았다.

남이 뭐라 했든 늘 최종적으로 내가 움켜쥔 것은

나 스스로의 평가였는데

난 늘 스스로에게 야박했고, 화살을 내게 겨눴다.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서 지웠던 <가시나무>를 떠올리고

나에게로 향하던 무수한 눈꺼풀을 가만히 내려놔 본다.

나를 물리고 텅 빈 마음으로 앉아 있자니,



'이대로 무슨 문제가 있나?'



새들은 지저귀고,

구름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흘러가고,

하늘은 시시각각 색을 물들이고,

바람은 아무 일 없이 밀려왔다 밀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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