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낯설기만 한 새날에

by 모모씨
KakaoTalk_20260219_130027985.jpg 달빛은 교교히 흐르고 © momocci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 밤, 하늘에서 달을 주웠다.

차디찬 공기만큼 겨울의 달빛은 쨍하고 날카로웠다.


보통의 사람들은 떠오르는 해를 보며

찬란한 새해를 계획할 테지만

휘영한 달을 바라보며 각오를 다져보는

조금은 이상한 달밤의 심상.




이미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낯설기만 한 2026이라는 숫자를 적어본다.

양력 새해에 못다 한 다짐을

달의 힘을 빌어 다시금 떠올려본다.


그리고 입 밖으로는 말하지 않는 소망들을

마음속으로 가만히 떠올려본다.


나의 소망은 지극히 사소하고도 자잘한 것들이어서

누구처럼 나라를 구하겠다거나

세상에 이름을 떨치겠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소망이라 부르기도 멋쩍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늘과 바람을 더 자주 바라보기,

멋진 벚꽃길을 걷고, 가을숲에서 단풍을 볼 수 있길,

좋아하는 일들을 조금 더 많이 할 수 있길,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 더 많이 웃길...


원대한 꿈은 없지만

순간을 음미하며 차곡차곡 삶의 편린들을 쌓아간다.

슬렁슬렁 대충 산 것 같아도

이제와 뒤돌아본 지난 한 해는

치열하고 뜨거웠다는 성적표를 적어본다.


나는 여전히 특별한 꿈도 소망도 없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한 발 한 발 묵묵히 걷는 걸음들은

뒤돌아보면 꾹꾹 눌러쓴 뜨거운 흔적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으므로...




달빛은 교교히 흘러

세상 모든 소란을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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