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색, 브라운
새벽녘, 설핏한 잠이 깰락 말락 하는 그때
꿈인지 상상인지 모를 어떤 이미지가 스치는 때가 있다.
평소 어떤 그림을 그릴지, 늘 고민인 나로선
순간에 떠오른 찰나의 이미지도 놓칠 수 없다.
채 다 뜨지 못한 눈을 비비고 침대맡의 스탠드를 켜고
작은 협탁에 상시 놓여있는 탭의 드로잉앱을 연다.
대충의 끄적임으로 장면을 스케치하고
떠오른 주조색도 컬러피커에서 찍어 놓는다.
주로 쓰게 되는 한색 계열을 벗어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잘 쓰지 않는 색을 골라 그림을 시작해보기도 하는데
이 색, 저 색을 쓰다 보면 늘 익숙한 색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런 나에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계시(?)는
브라운 컬러를 내려주었다.
일주일에 하루, 늦잠 잘 기회는 이렇게 날아갔다.
서둘러 잠을 털고 일어나 따뜻한 물을 한 컵 마시고
스케치해 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몇 시간 그림에 몰두하다 보니
주말의 달콤한 오전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았다.
시야가 황사로 어찌나 자욱한 지
이제 막 태어난 그림과 판박이였다.
......
아! 새벽녘 떠오른 이미지는
몇 시간 후 몰려 올 황사에 대한 계시였나 보다.
환희인지 허무함인지 모를 횡설수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