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않는 비춤
어떤 일의 결과에 대해 알 수 없음,
알 수 없는 상대방의 마음,
확실하지 않은 미래...
'알 수 없음'이 주는 불안은 존재를 좀먹는다.
불안은 공포와는 그 결이 조금 다르다.
공포가 특정한 대상의 위협에 대한 감정이라면
불안은 특정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지극히 모호한 걱정이다.
공포는 동물들도 느끼는 생존형 감정이지만
불안은 인간만이 느끼는 인지적 감정이다.
예측과 통제가 가능한 확실한 것들이
우리를 평안에 이르게 한다는 전제는
역설적으로 우리를 매 순간 불안에 빠뜨린다.
나는 어떠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내 삶을 구축하고 있던 때,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늘 흔들리고 삐걱대는 스스로를 보며
내가 붙들고 있던 믿음은 나를 흔들었다.
나는 내가 믿고 있는 내가 아니다.
타인이 믿고 있는 나 또한 내가 아니다.
나답지 않은 것들 속에서 나다움은 더욱 선명해졌고
싫은 것들 속에서 좋아하는 것에 대한 확신은
더욱 명확해졌다.
그러니 그 어떤 불확실성이나 어둠도
피해야 할 나쁜 것이 아니었다.
흔들릴 때는 흔들리면 되고
어두울 때는 어둠을 감각하면 된다.
모든 일이 그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