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아마도
어린 시절
제일 먼저 읽었던 동화가
백설공주였던 것 같다.
엄마가 처음으로 사 준
10권짜리 세계명작 동화 전집의
1권이 바로 백설공주였다.
집집마다 방문판매가
일반적이던 시절
판매원 아주머니의 입담에 넘어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엄마를 졸랐던 기억이 난다.
없는 형편에
수없이 망설이던 엄마에게서
어렵사리 1년짜리 할부로
그렇게 얻어낸 동화책이다.
그리고 지금도
첫 장을 여는 순간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던
왕비님의 모습을 그린 그림과
바늘에 찔린 손가락에서
빨간 피 한 방울을 하얀 눈 위에 떨어뜨리고
태어난 공주님 이름을
백설공주라고 지었다는 이야기가
생생하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백설공주는
계모, 마법의 거울, 독사과, 일곱 난쟁이 보다
떼를 쓰던 어린 여자 아이와
그런 딸의 바람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젊은 엄마의 실랑이하는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다.
갑자기
그때의 젊은 엄마가 떠올라
코끝이 시큰해진다.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집어들고
엄마번호를 꾹
누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