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보다 더 픽션 같은 논픽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by 모모제인


픽션인 줄 알았다.
한 과학자의 광적인 수집증, 결혼, 인생이 흡입력 있게 전개된다.

나는 소설 읽을 때 유독 등장인물들이랑 친해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부끄럽지만 삼국지를 읽다가 포기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그런데 좋은 책은 역시 달랐다.
나 같이 인물 파악에 장애(?)가 있는 사람도
이 책에서는 금방 캐릭터에 빠져들고
그 이미지가 기억에 오래도록 남았다.

"종의 기원"은 아직 못 봤지만
여기에 자주 언급되는 걸 보니 흥미가 생긴다.
(사실은 아직 엄두가..^^;;)




데이비드의 일생은 꽤 다이내믹하다.
지진이다 뭐다 해서 순식간에 연구성과가 물거품이 돼버리는 것도 여러 차례,
가족이 여럿 세상을 뜨는 비극도 겪는데
이런 사건을 대하는 모습조차 비범해 보였다.

책 제목처럼
후반부에 물고기는 없다는 게 결론이 나는데,
패러다임이 바뀐 순간 놀라운 관점 변화가 생겼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을 실제로 검토해 볼 때, 인간을 꼭대기에 두는 단 하나의 계층구조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상당히 무리해서 곡예를 해야 한다.
-p.323




보통 "나 -> 타인 -> 세상" 순서로 시야가 넓어지는데
여전히 우리는 사람 사는 세계에만 관심이 있다.
오직 이 책에 있는 글자의 힘만으로,
이야기의 힘만으로,
머릿속 전구가 켜지듯 반짝.


물속 생물,
하늘을 터전 삼는 새들,
숲에서, 습지에서, 빙하에서.
수없이 많은 종들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내가 사는 세계다.


다른 세계는 있지만
그것은 이 세계 안에 있다.
- p.411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지 않는 것.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모든 생물에는 내가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성이 있다는 것.

그 복잡성과 다양성이 세상을 떠받치는 근원이라는 것.
자연을 더욱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식.


민들레 법칙이 나에게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