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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Apr 03. 2023

올팜 물 주다 철학한 사연

이기심과 타인신뢰


인간의 이기심과 타인 신뢰에 관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어떤 범죄자 공범 두 명이 잡혀 들어가 심문을 받을 때 두 명 모두 범죄를 부정하면 무죄를 받겠지만, 둘 중 한 명이 범죄 사실을 자백하는 경우에 자백한 자는 감형을, 다른 한 명에게는 형을 더한다고 하는 경우이다.


실제 범죄 사실이 있는 경우라도 둘 다 상대를 신뢰한다면 무죄가 될 수도 있는 상황. 만약 범죄사실이 있다면 본인의 감형을 위해 자백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범죄자의 합당한 처벌을 주장하기에 앞서, 인간의 이기심이 죄를 벌하기 위한 유죄 추정에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다.


인간 본성 자체가 타인을 잘 믿는다고 가정하면 이 실험은 무가치하다. 유죄를 너무 쉽게 무죄로 만들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감형을 넘어 사회적 해악이 될 것이다.


만약 인간의 본성이 이기심이라고 가정한다면 유죄 추정에 더해 실질적인 형량 증가에 기여할 것이다. 개인의 관점에서 어느 한 명은 자백을 해서 감형받는다 해도 최소한 두 사람의 형량의 합은 동일할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자칫 무죄로 끝날 뻔한 사건을 처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물 키우기 앱. 올팜.

부쩍 주변에서 자주 권하기에 해 봤다.

매일 들어가서 작물에 물과 비료를 주면 진짜로 그 작물이 택배로 온다는 거다. 솔깃했다.




물과 양분은 광고에서 나온다.

사지 않을, (어쩌면 사게 될, 그리고 진짜 사게 된) 쇼핑몰을 반강제로 구경해야 한다. 이렇게 물을 얻어 뿌리면  10g에 0.01%씩 수확 게이지가 줄어든다. 작물이 한 걸음씩 우리 집에 다가오는 걸음이 너무 느리다는 걸 깨달을 즈음, 치트키를 발견했다. 남의 농장에 가서 내 물을 대신 주면 10g당 게이지가 0.05%씩 줄어드는 거다!


인간이 이타적이라는 가정 하에 서로가 서로의 작물을 대신 키워주기 시작하면 올팜 운영자는 5배씩 손실이 빨라질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상대방에게 물 주는 기능을 줄이거나 없앨 것이다.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가정 하에 상대 작물에 물을 열심히 퍼다 나른 사람은 자기 작물마저 시들어 죽게 만들 것이다. 남의 농장에 물을 그저 한 번이라도 주게 되는 건 그래야 나에게 비료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인에게 올팜을 권하는 건 그 사람도 공짜 작물을 받아보길 바라서라기보단 그래야 나에게 친구추가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결론을 내고자 하는 건 아니다.


이기적인 마음은 자연스럽기에 오히려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개인의 이타성과 이기심은 사회 안에서 적절하게 조정된다. 완전히 이타적인 사람도, 완전히 이기적이기만 한 사람도 없다는 뜻이다. 확실한 것은 이기심을 초월하는 것이 이타심을 베푸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다.

이기심을 초월해 이타심을 조금 더 발휘했기 때문이다.


일타스캔들의 지 실장은 오로지 최치열의 성공만을 바랐기에 일 잘하는 일타 강사 최측근이 되었을 것이다.

위에 예로 든 상황에도 빗대어 보겠다.


상대 공범을 믿는 자, 무죄를 받을 것이다.

옆집 작물에 물과 양분을 주는 자, 수확이 빠를 것이다.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는 자, 사업이 흥할 것이다.




 다만 이기심을 위한 이타심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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