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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Apr 17. 2023

집안내력의 비밀

손흥민과 그의 아버지


"손흥민"의 아버지는 "축구국가대표" 손웅정이다.

"가수" 이루의 아버지는 "태진아".




자식이 부모에게 물려받는 건 외모만이 아니다. 직업 물려받는다. 운동선수 집안. 연예인 집안, 의사 집안, 변호사 집안, 사업가 집안.  전문직일수록 노하우가 있으니까 그럴 수 있다. 그럼 회사원은 어떨까. 의사도 페이닥터가 있고 개원 의사가 있다. 변호사도 로펌에 소속된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회사원도 능력대로 옮겨 다니는 프리랜서가 있고 정규직이 있다. 나는 여기서 직업의 개념을 조금 바꿔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직업을 물려받는다는 것은 부모가 하는 일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특별히 엄격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 본인의 엄격함은 대부분 직업적 특성에서 나온다. 시간 관리에 엄격한 세일즈맨, 돈 관리에 엄격한 사업가, 몸 관리에 엄격한 운동선수처럼 말이다. 직업을 물려받는다는 것은 부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물려받는다는 것과 같다. 전 축구 국가대표 손웅정 감독의 두 아들 손흥윤, 손흥민이 둘 다 축구를 한다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손웅정 감독은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중시한 것은 축구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였다. 축구를 잘 습득하려면 운동능력 하나로는 어림없다. 운동능력이라는 재능을 뒷받침해 줄 ‘성실한 태도’와 ‘겸손한 자세’가 겸비되어야 한다.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손웅정



손웅정 감독의 책을 읽고 손흥민 선수를 달리 보게 되었다. 그런 아버지 아래서 자랐다면 분명 좋은 선수일 것이다. 아마 다른 스포츠였어도 그는 성공했을 것이다.






나는 살면서 재능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결코 없다. 내가 가진 능력이라면 그저 주어진 일을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하는 것뿐이다. 애초에 잘하기 때문에 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했기 때문에 하게 된 것이 몇 개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도 그것밖에 없다. 나는 아이들의 루틴에 엄격한 엄마다. 단, 규칙은 함께 정한다.



아이들과 합의한 일주일 루틴



학습량은 저녁 9시 반 전까지만 자율적으로 끝내면 된다. 일주일에 두 번 실패하면 1 out. Out이 3번 연속이면 3 out이다. 3 out 벌칙은 "학원 끊기"다.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예체능 학원만 다니기 때문이다.


하루는 1호기가 30분만 더 달라며 눈물로 애원한 적이 있었다. 그날 실패하면 2 out이 되는 상황. 기회가 아직  남아 있었지만 아이 생각에는 위기감이 컸던 것 같다. 나 클라이밍 못하면 진짜 안 돼.. 하며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옆에 있던 2호기와 3호기도 봐달라며 같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마치 초상난 집 같았달까. 예상했겠지만 나는 봐주지 않았다. 턱 밑에 닥치기 전까지는 하염없이 느긋한 아이다. 아이가 넘어서야 할 벽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덤덤하게 쓰고 있지만 그때 느낀 안타까움에 한 주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무기 삼아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것 같아서 괴로웠다.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좋아하는 것을 빼앗긴다. 아이 입장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들킬수록 불리했다. 똑같은 조건이지만 2호기는 애초에 out을 만들지 않으려고 자기 자신과 상황을 영리하게 컨트롤한다. 반면 1호기는 눈앞에 있는 마시멜로를 항상 먼저 집어먹고 만다. 좋아하는 것을 빼앗길 위기자주 노출된 아이는 그만큼 방어적이 되기 쉽다. 하지만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각자에게 다른 원칙을 적용할 수는 없다. 원칙과 관용 사이에서 부모는 매일 같이 흔들린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정말 혹독하게 키웠다. 공 차는 게 좋아 축구를 하겠다는 아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깜냥 안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내용을 실천하는 것뿐이었다. 낙숫물이 떨어져서 바위를 뚫는 듯한 반복. 그 꾸준함과 끈질김이 필요했다..(중략)... 하지만 훈련할 때의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호랑이도 자기 새끼를 물어 옮길 때는 그 날카로운 이빨이 스펀지처럼 부드러워진다. 그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손웅정



아이들이 내 직업을 물려받는다면 아마도 그것은 꾸준함일 것이다. 손흥민이 축구스타가 된 것처럼 내 아이도 나중에 무언가를 잘하게 된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아이의 몫일 테다. 손흥민의 축구는 오직 손흥민의 것이라는 그의 아버지의 말이 마음속 깊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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