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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Oct 04. 2022

충장서림이 폐업했습니다

서점에 가는 이유

학창 시절 나의 마음의 안식이 되어 주던 장소가 있다.


이곳은 광주광역시 충장로 초입에 위치한 작은 서점이다. 당시 광주에서 가장 번화한 이 서점 앞은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다. 친구와의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파란 간판 아래 겨우 자리를 잡고 서 있자면, 지나가는 행인들 중 한 명 한 명이 차례로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나타나 이내 짝을 지어 떠나곤 했다. 이렇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내게도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사람이 나타났다.  자주 가던 쇼핑몰, 햄버거 가게, 액세서리 가게들, 이 거리 구석구석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다시 보니 그 때보다  훨씬 아담하게 느껴진다.




오늘 대형서점에 들러 책을 쌓아두고 읽다가 고민 끝에 하나의 책을 골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문득, 어렸을 때 부모님과 예전 그 서점에서 수많은 책장 속을 누비다가 겨우 한 권만 골라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아쉬웠던 기억이 데자뷰처럼 떠올랐다.


서점 이름이 뭐였더라, 아, 맞아. 충장서림.

지금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


검색창 아래 가장 먼저 충격적인(?) 제목의 글 눈에 띄었다.

광주 충장서림은 작은 서점으로 시작하여 1996년에 지하 첫 층부터 지상 둘째 층까지 3개 층에서 영업한 광주의 대형 향토 서점이었다. 불황과 인터넷 대형 서점과의 경쟁에 따른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여 2012년 8월에 폐업하였다. 아래 사진은 충장서림이 폐업하기 전 8월 31일의 모습이다.


마치 어떤 부고를 접한 것 같은 느낌에 잠시 생각이 멈추었.



그곳을 떠날 때의 아쉬움이 너무 컸기에 "난 커서 꼭 서점 주인이 될 거야"하는 순박한 꿈을 꾸게 했던 곳이다.


하루 종일 여기서 책을 읽으면 너무나 행복할 것 같았다. 당시 충장서림은 어린 나에게  보물섬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그 보물섬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서점은 보물섬과 같은 공간이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서점에 머물고 싶게 하는 걸까



서점을 한 번 휙 돌면서 목차와 프롤로그를 보며 관심 가는 책을 수집한다. 자리를 잡고 앉아 하나씩 훑어본다. 생각했던 것과 글의 전개가 다르거나 흥미가 덜한 책은 옆에 재껴 둔다. 가장 맘에 드는 책은 바로 구입하고, 나머지 책들은 온라인 서점에서 배송 주문을 한다. 사지 못한 책은 구독 중인 e-book서점인  'ㅁㄹ의 서재' 책장에 담아 놓고 읽는다.


서점의 향기.

편안한 분위기.

책을 읽는 나.

그리고 글을 쓰는 나.


이 모든 게 바로 서점에서만, 그리고 종이책을 넘기면서만이, 경험할 수 있는 종합 선물이다.




사놓고도 다 읽지 못하는 책들도 많다. 책은 사면 무조건 다 읽어야 할 것 같지만 그러지 않아도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예뻐 보여서 샀지만 안 맞아 나중에 살 빼서 입어야지, 하는 옷들이 있는 것처럼 책도 그렇다.


욕심 같아서는 몽땅 다 사서 두 손 무겁게 집에 오면 쇼핑을 잔뜩 한 만족감이 들겠지만, 온라인 최저가라는 유혹을 이길 수는 없다.


불황과 인터넷 대형 서점과의 경쟁에 따른 경영난.


충장서림이 망한 이유가 독자들 대부분이 나처럼 책을 사고, 나처럼 책을 읽기 때문은 아닐까.


독립출판사인 브로드컬리의 서점 창업 이야기


위 책들은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 형식으로 엮인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점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점 사장들의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이렇다.


" 대형 서점과 경쟁하기에 너무 어려운 현실인 것은 맞지만, 서점 시장의 양적인 팽창이 가장 시급하다"


내가 사는 지역은 경기 외곽이라 서점이 없다. 지금의 서점은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도시의 불빛처럼 화려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다.


사라진 충장서림처럼 보물섬이 더 이상 바닷속으로 사라지지 않고, 더 많이 생겨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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