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필사 12번째 이야기
12
그 다음 별에는 술꾼이 살고 있었다.
이 별에는 아주 잠깐밖에 머물지 않았으나, 어린 왕자는 마음이 우울해졌다.
“아저씨, 거기서 뭘 해?”
빈병 한 무더기와 술이 가득 찬 병 한 무더기를 앞에 놓고 우두커니 앉아 있는
술꾼을 보고 어린 왕자가 물었다.
“술을 마신단다.”
술꾼은 몹시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술은 왜 마셔?”
술꾼은 몹시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술은 왜 마셔?”
“잊어버리려고 마신단다.”
“무얼 잊어버리려고?”
측은한 생각이 든 어린 왕자가 물었다.
“창피한 걸 잊어버리려고 그러지.”
머리를 숙이며 술꾼이 대답했다.
“뭐가 창피한데?”
어린 왕자는 그를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이렇게 물었다.
“술을 마시는 게 창피하지!”
술꾼은 이렇게 말하고 다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어린 왕자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그 별을 떠났다.
어린 왕자는 길을 가며 ‘어른들은 정말 이상하군,’ 하고 생각했다.
“무얼 잊어버리려고?”
측은한 생각이 든 어린 왕자가 물었다.
“창피한 걸 잊어버리려고 그러지.”
머리를 숙이며 술꾼이 대답했다.
외로움과 술은 서로 깊은 상호관계에 있다.
외로움을 술이 위로해주고. 술은 또 다시 외로움을 위로해준다.
외로움을 다 삼켜버리면.
나는 다시 순백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모두 잊어버렸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던 나는.
회색구름으로 가득찬 나를 발견하게 되던 그 어느 날.
외로움이라는 갑옷을 입고 스멀스멀 연기처럼 내 안을 가득 채운다.
다시 외로움을 삼켜버리게 되는 나는.
아픈기억의 중독에 쉼 없이 반복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지독한 성장통처럼 나는 그렇게 계속 자라나고 있다.
반복되는 이 삶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