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모 Jul 14. 2016

내가 두고 온 꽃

어린 왕자 : 탐험가

여섯 번째 별은 먼젓번 별보다 열 배나 더 큰 별이었다. 그 별에는 굉장히 큰 책을 쓰고 있는 할아버지 한 분이 살고 있었다.     

"야! 탐험가가 하나 오는군!"     

어린 왕자를 보자 노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어린 왕자는 책상 위에 앉아 숨을 약간 몰아쉬었다. 벌써 꽤 긴 여행을 한 것이다.     

"넌 어디서 오니?"     

노인이 물었다.     

"이 큰 책은 뭐예요? 할아버지는 여기서 뭘 하세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나는 지리학 자다."     

"지리학자가 뭐예요?     

"바다와 강이 어디에 있으며, 도시와 산과 사막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지."     

"그거 참 재미있는데. 그거야말로 직업다운 직업이군요!"     

어린 왕자는 지리학자의 별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는 아직 이처럼 훌륭한 별을 본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 별은 참 아름답군요. 넓은 바다도 있나요?"     

"알 수 없단다."     

"그래요? 그럼 산은요?"     

조금 실망한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니."     

"그럼 도시와 강과 산은요?"     

"그것도 알 수 없단다."     

"할아버지는 지리학자라면서 그런 것도 모르세요?"     

"그렇지, 하지만 나는 탐험가는 아니란다. 내게는 탐험가가 절대적으로 불가하단다.     

도시의 강과 산, 바다와 대양과 사막을 찾아 돌아다니는 건 지리학자가 하는 일이 아니야. 지리학자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한가로이 돌아다닐 수가 없단다.

서재를 떠날 수가 없어. 그러나 서재에서 탐험가들을 만나지 탐험가들에게 물어서 그들이 발현한 것을 기록해 둔단다. 그래서 그중에 어떤 사람이 본 것이 흥미가 있으면 지리학자는 그 탐험가의 인격을 조사시키지. “     

“그건 또 왜요?”

“어떤 탐험가가 거짓말을 하면 지리책에 커다란 이변을 일으킬 것이니까 그렇지. 또 술을 너무 마시는 탐험가도 그렇고.”

“그건 왜요?”

“주정꾼들은 사물을 둘로 보니까 그렇지. 그렇게 되면 지리학자는 하나밖에 없는 산을 둘로 적어 넣게 될 테니까.”

“내가 아는 어떤 사람도 그럼 탐험가가 될 수 있겠군요.‘”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서 탐험가의 인격이 훌륭하면 그가 발견한 것에 대해서 조사를 시키지.”

“보러 가나요?”

“아니다. 그건 너무 복잡해. 탐험가에게 증거물을 제시하게 하지. 가령 큰 산을 발견했다면 거기서 큰 돌들을 가져오라고 요구한단다.”

지리학자는 갑자기 서둘렀다.

“그런데 너는 멀리서 왔지? 너는 탐험가야! 네가 살던 별 이야기를 해 다오!”

그러면서 노트를 펼쳐놓고 연필을 깎았다. 탐험가들의 이야기를 우선 연필로 적어 두었다가 탐험가가 증거품을 내놓아야만 잉크로 고쳐 적는 것이었다.

“자, 어서!” 

지리학자가 재촉했다.

“아, 내 별은 흥미 있는 것이 못 돼요. 아주 조그마한 걸요. 화산이 셋 있는데, 둘은 활화산이고 다른 하나는 사화산이에요. 그렇지만 언제 불을 뿜을지는 몰라요.”

“그래,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

“꽃도 한 송이 있어요.”

“우리는 꽃은 기록하지 않는다.”

“그건 어째서요? 그게 더 예쁜데요!”

“꽃들은 ‘단명’하니까 그래.”

“‘단명’한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

“지리책은 모든 책 중에서 가장 귀중한 책이지. 그것은 절대로 시대에 뒤떨어지는 법이 없어. 산이 자리를 바꾼다는 건 아주 드문 일이거든. 바닷물이 말라 버린다는 것도 아주 드문 일이지. 우리는 변하지 않는 것만 기록한단다.”

“그렇지만 사화산도 다시 불을 뿜을 수 있어요.” 하고 어린 왕자가 말을 가로막았다. 그런데 

‘단명’한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 “

“화산이 꺼졌든 불을 뿜든 우리에게는 마찬가지야. 우리에게 중요한 건 산이지. 그것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단명’이라는 건 무슨 말이에요?”

한번 물어본 것은 그냥 지나쳐 버리는 적이 없는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다.

“그것은 ‘오래지 않아 사라질 염려가 있다’는 뜻이지.”

“내 꽃이 오래지 않아 사라질 염려가 있나요?”

“그럼.”

‘내 꽃이 단명한다. 그런데 적을 막을 무기라곤 네 개의 가시밖에 없는데! 그런데 나는 꽃을 내 별에 혼자 내버려 두고 왔어! “

이것이 그가 처음으로 느끼는 후회의 감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용기를 냈다.

“내가 어디를 가보는 게 좋을까요?”

“지구라는 별로 가봐. 그 별은 평판이 좋으니까.......”

이리하여 어린 왕자는 그의 꽃 생각을 하면서 또다시 길을 떠났다.  



             

‘내 꽃이 단명한다. 그런데 적을 막을 무기라곤 네 개의 가시밖에 없는데! 그런데 나는 꽃을 내 별에 혼자 내버려 두고 왔어! “             


  

어린 왕자는 결국 깨달은 것일까?

나 역시 늘 과거의 시공간을 지나고 나서야 뒤늦은 후회를 하곤 한다.

변하지 않는 활화산처럼 늘 영원히 있어줄 것만 같았던 나의 영혼의 꽃마저

세상을 떠나게 되는 그날이 온다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해질까.

아직은 상상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어쩌면 내 곁에 있는 작은 풀마저도,

점차 시들해져 가는 ‘단명’ 속에 놓인 삶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어쩌면 이 찰나의 순간마저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

원래 내가 있던 그 별에서 내 영혼의 꽃을 두고,

어디론가 계속해서 덧없는 방황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린 왕자를 통해 나의 꽃을 찾고 싶고, 또 그 아름다운 꽃을 대면할 날이 곧 오리라 믿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로등 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