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필라테스를 선택한 이유
"it is the mind itself which builds the body"
몸을 만드는 것은 마음이다.
-Joseph Pilates-
직장에 다니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 매년매년 시간이 지날 때마다 돈이 쌓이듯 차곡차곡 사회성도 쌓여 가고, 직급도 오르고, 물가상승률만큼은 아니지만 연봉도 오른다. 어느덧 직장인 만랩차가 되면 어떤 상황도 무난히 지나가는 직장인이 될 것이라고 우리는 착각을 한다.
1년 차 2년 차... 5년 차... 8년 차.... 직장생활을 하는 곳은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전투를 하는 곳이다. 나의 매출이 아닌 회사의 매출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남이 나를 씹고 내가 너를 씹고, 씹고 씹히며 이러쿵저러쿵 보고와 명령, 절제를 반복하는 곳이다. 서로서로가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부당한 일이 있어도 억누르고 부하 직원이라 참고, 상사라서 참고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우리의 몸은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나 또한 그랬다. 물론 듣기 싫은 소리를 들으면 얼굴이 씰룩씰룩 그대로 드러나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돈 받고 일하는 곳에서 나의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긴 쉽지가 않다. 불합리해도 응해야 하며 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어도 남의 의견을 수긍하며 일해야 했다. 그렇게 힘들게 벌어들이는 돈은 다시 나의 생활비와 나머지는 미래를 위해 저축하여 둔다. 그렇게 한달살이의 인생을 반복한다. 하루살이처럼 하루를 살다 죽을지 언제까지 살다 죽을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평균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우리는 일찍 죽지 않는다. 사고로 질병으로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병들었거나 or 노화된 육신을 가지고 저축해 둔 노후 자금으로 꾸역꾸역 살아가게 된다. 아마 노후설계를 잘 한 상위 몇 프로의 사람들을 제외하곤 말이다.
나는 너무나도 두려웠다.
사무실에 창살은 없지만 바깥 볕은 짱짱하고 구름은 둥실둥실 떠있는 파란 하늘인데 나갈 수가 없었다.
27인치 컴퓨터 모니터와 또 다른 노트북을 번갈아 보며 나의 하루 8시 반부터 저녁 9시까지(마감 시에는 12시까지) 난 두 모니터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사무직인 나는 외근직도 아니고 하루 종일 앉아 있었다. 가끔 휴식도 취하고 사람들도 수다도 떨며 힘듦을 이겨내고 있었지만, 과연 난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내가 원하는 것은 정녕 무엇인가?
살아가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인가,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것인가? 모든 직장인에게 탑재되어 있는 생각일 것이다. 항상 머릿속에 물음이 가득했다.
또한 4년 전에는 큰 병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은 계속되었다. 내가 만약 자식이 있고 남편이 있었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일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나는 하루빨리 선택해야 했다. 내 몸이 병들어가고 있었다. 그것보다 내 정신이 황폐해져 가고 있었다.
도망 칠 것이냐 아니면 버틸 것인가?
나는 결국 도망쳤다. 아니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되었다. 그만두기 전 또 다른 명분이 필요했다. 그냥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난 선택지를 정해놓고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퇴사하기 전에 난 받을 수 있는 대출을 몽땅 받아 두었다. 대기업라서 그런지 대출도 빵빵하게 나왔다 3000만원 정도에 마이너스 통장 1000만원까지 받아 두었다. 그리고 난 과감히 퇴사를 하였다.
지금 당장 일을 그만두면 내 인생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