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킨 마음은 풀지 않아도 괜찮다, 보여주기만 해도.

팔로워 50명, 나만의 작은 책상을 갖게 된 날.

by 모모

언젠가 내 브런치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또 새어 나왔다.

나이 들었는지, 언제부터인가 마음속 생각들이 자꾸 입술을 타고 넘어온다.


"흠, 왜 계속 28명이지?"


옆에서 듣고 있던 아들이 말했다.


"그 정도면 많은 것 아냐?"

"꼭 많아야 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막상 공개하니까 숫자가 자꾸 눈에 밟히네."

" 에이,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잖아. 계속 쓰면 늘겠지."

" 그렇겠지? 아! 그럼 우리 50명이 되면 스몰파티를 하고, 100명 되면 빅파티를 열자!"

" 오오 좋다! 그게 언젤까?"



싸이월드 시절부터, 그 어떤 SNS도 공개해 본 적이 없다.

기록은 그저 나만의 일상이었고, 친한 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목적의 전부였다.

그런데 처음으로 내 속내를 세상에 드러내다 보니, '읽히는 글'이라는 게 은근히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부끄럽지만 그랬다.


그러다 지난주 토요일,드디어 팔로워가 50명이 됐다.

"우와, 50명이다!"

내 외침과 함께 우리는 서둘러 일요일 아침 파티를 열기로 했다.

큰딸은 친구와의 약속 시간을 조정하고, 늦은 밤까지 다 같이 모여 식당을 알아보느라 우리는 분주했다.


이름하여 '브런치 50명 기념, 우리 가족 브런치 파티.'


그렇게 우리 다섯 식구는 우리만의 파티를 열었다.

파티의 명목이 '브런치'인 만큼, 내 글에 대한 이야기도 한창 나눴다.

아직 엄마가 어떤 글을 쓰는지 정확히 모르는 아이들에게 다시금 설명도 해주고, 내가 즐겨 읽는 다른 작가님들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뒤에 이루고 싶은 내 꿈까지 이야기하며, 우리 딴에는 제법 그럴듯한 대화를 이어갔다.


먹을 생각에 신이 난 아들은 100명이 되면 아웃백에 가자며 벌써부터 설레발을 치며 흥분했다.

남편과 나는 이런 소박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행복했다.

내가 너무도 애정하는 시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소소하고 여유로운 순간들.


사실 수년 전 코로나로 사업이 어려웠던 시절, 우리 식탁엔 지금 같은 여유가 사치처럼 느껴졌었다.

남편의 얼굴엔 늘 먹구름이 끼어 있었고, 답이 없는 현실에서 애쓰는 남편을 보는 것이 애달프면서도 나 또한 그의 눈치를 계속 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작은 사치도 부리며 산다. 서로가 원하는 것들을 해줄 수 있을 때, 아이들이 장난치며 까르르 웃는 뒷모습을 볼 때, 우린 종종 그 시절을 떠올린다. 그리고 서로 눈을 마주치고 말한다.


"지금 너~~무 좋다. 앞으로도 쭉, 지금만 같아도 좋을 것 같아."


그날 나눈 나의 꿈들이 꼭 이루어지지 않아도 괜찮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가족들과 꿈을 나누고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 시간 자체가 내게 커다란 힘이 된다는 사실이다.


브런치가 내게 준 또 다른 선물은, 바로 내 마음을 비로소 입 밖으로 꺼내게 되었다는 점이다.


난 본래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할 말도 많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는 소리도 듣는다.

하지만 정작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는 잘 꺼내지 못했다. 내뱉는다고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상대방까지 우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나 혼자서도 충분히 괜찮을 거라 믿었다.

그 상대가 남편일지라도.


그러나 글을 써 내려가며, 해결하지 못할 나의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주말 아침, 남편과 아파트 뒷산을 올랐다.

산을 타며 마음속에 둥둥 떠다니던 생각들을 하나둘 꺼내 보았다.

너무 심각하지 않게, 가볍게 툭툭.

막상 꺼내놓고 보니 별것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꽁꽁 엉켜있는 마음은 멀리서 보면 절대 풀리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용기 내어 다가가 헤집어 살피다 보면 의외로 쉽게 매듭을 발견하기도 한다.

매듭만 찾으면 그 뒤로는 술술 풀리기 마련이다.

설령 매듭이 풀리지 않아도 상관없다. 엉킨 내 마음을 보여주고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했으니까.


누군가와 일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것.

내 삶에서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그리고, 그날 오후.

화장대를 정리하여, 나만의 작은 책상도 만들어봤다.

내 작은 책상, 이곳에서 열심히 끄적여야지.

화장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 대신, 이제는 글을 통해 보이는 내 마음을 더 자주 들여다보려 한다.

지름길은 없겠지만, 이 속도대로 천천히 채워가고 싶다.


그저 많이 읽고, 쓰고,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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