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지나가는 너에게

나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었다

by 모모

이제 고2가 되는 큰딸의 사춘기가 끝이 났다.

딱히 사춘기랄 것도 없긴 했지만

전보다 조금 뾰족했고, 까칠했고, 혼자이고 싶어 했다.


다행이다.

사춘기를 겪어야 할 시기에 겪어줘서 다행이고,

이제 끝났으니 더 다행이다.


남편과 나는 맞벌이를 하며, 세 아이를 누구의 도움 없이 우리 힘으로 키워냈다.

이건 나에겐 훈장과도 같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야근이라도 할라치면, 사무실로 아이들을 데려와 둘째는 아기띠로 업고 바닥에 신문지부터 깔았다.

큰딸은 신문지를 바스락바스락거리며 그 위에서 혼자 놀았고, 등에 업힌 둘째는 잠투정을 하며 몸을 뒤척였다. 나는 신랑과 육아를 교대하기 전까지 허리를 굽히고 서서 홀로 일을 이어갔다.


어린이집 방학이 다가오면 우리는 달력을 펼쳐놓고 머리를 맞대며 연가를 겨우겨우 맞춰 넣었다.

남편 하루, 나 하루...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우리는 비상모드였다.


그때의 우리는 그렇게 버텼다.

그럼에도 난 아이들과 함께하는 그 정신없고 복작복작한 시간들이 좋았다.


그렇게 똘똘 뭉쳐 서로를 지켜주고 서로의 빈자리를 메꿔주며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부모가 세상의 전부인 듯 찰떡같이 붙어지내며 웃음만 주던 그 아이에게, 어느 순간 사춘기가 왔다.

정말 갑자기, 사춘기 바이러스가 공기로 접촉된 듯.


누군가는 사춘기가 큰 흔적을 남기고, 누군가는 무늬만 스치듯 지나가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하루아침에 내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닌 것 같은 낯선 느낌을 주는 건 마찬가지-

그것은 때론 부모에게도 상처가 된다.


우리도 아이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했다.


나는 나의 사춘기를 자주 떠올렸다.


엄마는 내 갑작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그리고 그 마음을 고스란히 나에게 전했다.


엄마는 당시 내 마음을 전혀 인정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잘못됐다며 늘 화를 냈다.

때문에 상처 입은 엄마의 부서진 마음만 되풀이하며 하소연했고 나를 몰아세웠다.

엄마는 내 상처와 불안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더 삐뚤어졌고, 우린 매일 싸웠다.


그 매일의 전쟁을 멈추도 싶었다.

도대체 나도 알 수 없는 마음속 분노와 불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그냥 나를 내버려 두기를.

그저 내가 '나'일 수 있게 기다려주기를.


그때의 나는 늘 생각했다.

'나는 이 집의 돌연변이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 집에서 사라져야 한다. 나만 없어지면 된다.'

그렇게 스스로 외톨이가 되어 집안의 이방인이 되었다.


엄마가 화를 낼 때마다 나에게 했던 그 말.


"나중에 딱 너 같은 자식 낳아 키워봐라. 어디 두고 보자"


화가 나 얼굴이 붉어진 엄마가 내뱉는 그 날선 말들은 어린 내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난 보여주고 싶었다. 나를 꼭 닮은 자식을 낳아 내가 얼마나 보란 듯이 사랑으로 정성껏 키워내는지를 말이다.


그 아이가 방황을 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도,

그 아이를 내 방식으로 바꾸려 하지 않고,

그 아이 그대로 인정하는 엄마가 되겠노라 다짐했다.


그런 엄마가 되어 내 아이의 방황을 곁에서 지켜봐 주고 기다려주겠노라고.


나의 아이들이,

어디에도 투정 부릴 수 없을 때, 나를 찾아와 투정해 주기를.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날,

어디에도 내 편 하나 없는 것 같은 날,

자존감도 바닥나 나 자신조차 미워지는 그런 날,

그 모든 날, 나를 찾아와 기대주기를 바랐다.


나는 그런 엄마가 -

아이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싶었다.


너무도 갖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없었던 그런 엄마.

내가 그런 엄마가 되면 된다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


나의 부족함을 알고 아이들에게 사과할 수 있는 엄마이고 싶다.

너희들이 지금 겪고 있을 방황과 불안을 몰아세우지 않는 어른이고 싶다.

너희만의 시간이 더 굳건하게 쌓일 수 있도록,

그렇게 너희 곁을 조용히 채워주고 싶다.


그 방황이 끝나는 날, 는 또 배시시 웃으며 내 이불속을 파고들겠지.

그럼 난, 그런 너를 꼭 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겠지.


이제 사춘기가 끝난 1호도

사춘기 대열에 들어선 2호도

몇 년 뒤 격정의 시간을 보낼 3호도.


너희들의 시간을 늘 응원한다.

그대로의 너희를, 너 자체로 빛나는 너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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