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가 쏘아올린 작은 위로

아주 사소한 것들이 나의 전부를 흔들기도 한다.

by 모모

때로는 뜻밖의 순간, 뜻밖의 사람이 나를 흔들어세우는 순간이 있다.


아침 출근길, 기분이 다운 모드다.

호르몬의 지배를 받아서이기도 하지만 우울하기도 한 나의 현실에 좀 서글펐달까.


그렇게 축 처져서 의식 없이 운전대만 붙잡고 있는데,

눈에 띄는 새파란 버스 한 대가 옆차선에서 끼어들려 움찔움찔 액션을 취하고 있다.

이미 내 앞차 한두 대 전부터 끼어들기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모양이다.


파란 버스를 내 앞에 끼워주고 조금 달려가니, 그 파란 버스가 차선을 바꿔 이번엔 내 옆차선으로 간다.

조금 달리다 신호등에서 다시 마주쳤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열더니 샛노란 장갑 낀 손을 내밀고 ‘엄지 척’을 해준다.

새까만 선글라스를 낀 채 '씩—' 웃으면서!


순간 ‘풉!’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생각보다 많이, 많이 기분이 업됐다.


파란 버스의 사이드미러를 통해 기사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어찌 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더니 아저씨도 샛노란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렇게 파란 버스는 초록 신호등과 함께 붕—

내 앞으로 쌩 달려 나갔다.


그 아저씨는 알았을까?

그 ‘샛노란 엄지 척’이 내게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내가 덕분에 얼마나 크게 웃고, 우울할 뻔한 하루를 웃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는지를.


내가 바라는 건 늘 이런 아주 소소한 기쁨과 행복이었다.

난 그거면 됐다.


물론 그것도 안다.

인생은 결국, 이 사소한 기쁨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애써 싸우고 있는 과정이라는 걸.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은 어느 날, 파란 버스 기사 아저씨의 ‘엄지 척’ 같은 찰나의 행복을 다시 만나고 다시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오늘 당신에게도 그런 사소한 웃음이 찾아오기를.

매거진의 이전글좀비와의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