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이 설레기 시작한 순간
가족들과 함께 종종 근처 재래시장을 간다.
운동삼아 자전거를 타거나 40분 정도 걸어가서 맛있는 간식을 사 먹고 오는 것이 우리 가족의 작은 루틴이다.
어느 주말,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한 '할머니'를 보게 됐다.
7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는,
새하얀 머리를 깔끔하게 넘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곱게 차려입고,
꼿꼿한 자세로 자전거를 타고 등장했다.
‘띠링띠링—’
길 좀 비켜달라는 듯 울리는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그 모습이 얼마나 도도하고 사랑스러운지!
난 그 모습에 반해버렸다.
“여보, 난 나중에 저 할머니처럼 될래!”
나는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며
내 얼굴, 표정, 옷차림에 관심을 잃지 않는 사람.
새로운 간판이라도 발견하면 멈춰 서서
“어머, 여기 뭐가 생겼네?” 하고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는 사람.
겉모습은 주름지고 늙어가도,
마음만큼은 여전히 샤방하게 가벼운 사람.
작은 것에도 웃음이 나고,
보기만 해도 유쾌함이 번지는 그런 사람.
그래서 나는 요즘
조금 덜 심각하고, 조금 더 가볍게 살아보려 한다.
마음속 걱정들은 조금 내려놓고,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보고,
내 주변을 하나 더 살피는 방식으로.
바람, 나무,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그 작은 것들에 마음을 내어주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늦여름밤의 산책처럼—
가족들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별것 아닌 이야기로 깔깔 웃던 그 시간처럼.
가끔 생각한다.
내가 죽기 전 가장 그리워할 순간은,
어쩌면 바로 지금일지도 모른다고.
사람들과 소소한 정을 나누고,
행복의 조각들을 애써 모으고 또 모으며.
작은 것에도 자주 감탄하면서-
나는 그렇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호기심 많고, 유쾌하고, 예쁜 할머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