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일을 놓쳤다

by 모모

연재일이 다가오는데 글을 쓰지 못했다.

친구를 만나, 글쓰기에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걱정하고 초조해하는 내게 친구는 물었다.


"연재일을 놓치면 어떻게 돼? 패널티가 있어?"


아니 없다.

그리고 내 연재일을 신경 쓰는 건 사실 '나'밖에 없다.

결국, 나 자신과의 약속인 거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연재일을 어겼다. 놓쳤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맘을 먹었던 것이 7년 전이었다.

그리고 그 후 6년 동안 망설이고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과연 누가 내 이야기를 궁금해할 것인가"

가장 근본적인 이유였다.


불과 2개월 전,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 나는 매일매일 신이 났더랬다.

머릿속엔 이야깃거리가 끊임없이 나풀나풀 날아다녔고,

그것들이 날아가 사라져 버릴까 갖은 방법을 써서 붙잡아두려 했다.


그러나 지금 내 머릿속은 그 이야깃거리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하늘로 올라가 사라져 버린다.

그렇게 소중히 여겼던 그 아이들을 붙잡지 못하고, 허공을 향해 두 팔만 허우적댈 뿐.

브런치라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많은 작가들의 글을 접하고 있다.

내 호기심을 자극하고, 때론 작가와 공감대가 형성되어 함께 웃고 울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나의 이야깃거리들이 마구 피어오르기도 한다.

그 어떤 책을 읽을 때보다 흥미진진해서 깊이 빠져들곤 한다.

그 순간은 분명 나에겐 새로운 자극이 되고, 하루를 버티는 숨구멍이 되기도 한다.

화장실에서 잠시 읽으려고 폰을 열었다가, 나도 모르게 두어 편이 이어져 간신히 이성을 잡고 폰을 접어야 하는.


그들에겐 그만큼 나를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있었다.

누군가는 담백하고 담담하게, 누군가는 위트 있고 생동감 있게 그리고 또 누군가는 눈앞에 그려지듯 세세하고 오밀조밀하게 표현한다.


그렇게 한참을 기분 좋게 빠져들다가,

내 브런치의 하얀 바탕을 펼쳐본다.

하지만 자판에 손가락을 얹는 순간, 내 손가락은 움직여지지 않는다.


다시 또 그 질문이 나를 막아선다.


"과연 누가 내 이야기를 궁금해할 것인가"


흠.. 그렇다.

난 초심을 잃었다.


그저 끄적이는 것이 좋았다.

아무도 읽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런 작가들의 세계에 내가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체가 내겐 활력소가 됐었다.

누군가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는 것이 내 어깨를 꽤나 둠칫둠칫하게 만들었던 것도 인정.

불과 2개월 전에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물론, 지금 내가 느끼는 '상실'은 예전의 그것과는 다르긴 하다.

예전엔 자신감의 상실이 포기로 이어졌다면,

지금은 자신감은 잃었지만, 더 잘 써보고 싶다는 욕심은 잃지 않았다.


지금의 이 좌절도 부딪히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간 조금은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마음 한편에서 자라나고 있다.

그러니 축 쳐진 내 손가락을 다시 부여잡아야 한다.


결국 이 글은, 연재일을 어긴-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 스스로에게 털어놓는 변명이기도 하고.

가라앉은 내 마음을 다시 부추겨세우는 다짐의 글이기도 한다.


급하고도 무모하게 빠른 결과를 쫓는 나를 살살 달래 보며,

조금 느리더라도, 지금 끄적거리는 이 순간을 다시 즐길 수 있기를 바라보며.


잡지 못해 허공을 휘젓던 내 두 손을 이제는 자판 위에 살며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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