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버거는 놓쳤지만, 예쁜 쓰레기는 꿈꿀 수 있으니까

by 모모

2025년 1월 1일, 난생처음(자발적)으로 새해 해돋이를 보러 갔다.

그 앞선 두 해가 내게는 참 잔인하고도 모질었다.

지쳐 있던 나에게 남편은 제안했다.

아니, 제안해 주었다. 나를 위해.

새해에는 지난 나쁜 일들을 다 잊고 좋은 기운을 듬뿍 받자며 해돋이를 보러 가자고 말이다.


솔직히 속으로는,

‘어제도 떴고 내일도 뜰 해인데, 굳이 이 추위에 그 멀리까지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다.

하지만 여기저기 장소를 알아보고 있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나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마워

‘그래, 가보지 뭐!’ 하고 따라나섰다.


아이들과 자정에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함께 외치고, 새벽 두 시경 집을 나섰다.

그렇게 도착한 동해의 어느 바닷가.


“어? 해 뜬 거 아냐? 벌써 이렇게 밝은데?”

그렇게, 차가운 겨울바람을 뚫고 해가 떠오르기를 오들오들 떨며 기다리다 마침내 마주한 그 순간.

“우와, 올라온다! 진짜 노른자 같네!” 2025.1.1

일출을 처음 본 아이처럼 마음이 설렜다.

어제까지의 나쁜 기운은 저 수평선 너머로 다 쓸려 내려가고, 저 눈부신 햇살처럼 새해에는 밝은 미래만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진짜로 그러거나 말거나, 그때 내 마음이 그랬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매년 해돋이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다.

일출 장소를 고르는 우리만의 기준은 명확하다.

바다여야 할 것, 일출이 예쁘지만 막힐 것, 그리고 새해 첫날부터 아이들과 생이별하지 않도록 집에서 너무 멀지 않을 것.


올해도 어김없이 떠났다.

작년의 기운이 좋았으니 올해는 그만큼만, 혹은 조금이라도 더 좋기를 바라면서.

2026년 1월 1일, 떠오르는 해를 보며 당당하게 소원을 빌었다.

이렇게 작은 노력이라도 했으니 바랄 권리가 생겼다고 믿는 나의 염치 있는 소망들.

2026.01.01 일출.

이런 소소한 루틴들이 나는 참 귀엽고 좋다. 작고 소박할수록 더 마음이 끌린다.


얼마 전 언니와 통화를 하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행운버거’ 모임이 있었거든....”

“행운버거? 그게 뭐야?”


맥도널드에 연말연시 시즌 한정으로 나오는 ‘행운버거’가 있는데, 언니와 지인들은 매년 그 버거가 출시되는 기간에 만나 ‘행운버거 모임’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단다.


얼마나 귀여운 모임인가!

탐난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맥도널드에 행운버거라는 게 있대. 시즌 한정이라 시간이 별로 없어. 우리도 꼭 먹자!’

하지만 겨우겨우 날을 잡고 가려했을 땐 이미 판매가 종료된 뒤였다.

그게 뭐라고 나는 또 그렇게 김이 샜다. 내 작은 루틴 하나가 시작도 하기 전에 어긋난 버린 기분이었다.


나는 이케아나 문구점, 편집숍에 들어서면 가슴이 쿵쿵 뛴다.

작고 귀여운 것들이 내 마음을 세차게 흔든다.

눈을 뗄 수가 없고 손가락이 꼼지락거린다. 너무 갖고 싶어서.


언젠가 신랑이 물었다.

“모모는 돈이 어느 정도 있었으면 좋겠어?”


글쎄, 늘 돈이 궁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가 필요한지, 혹은 아주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다만 빚은 무조건 다 없어야겠고... 한참을 또 골똘히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내 기준은 이랬다.


“이케아 가면 사고 싶은 거 다 못 사잖아. 한 번쯤은 이케아나 소품 가게 같은 곳에 가서, 내가 사고 싶은 ‘예쁜 쓰레기’들을 고민 없이 장바구니에 다 담을 수 있는 정도! 나 딱 그 정도면 될 것 같아.”


나도 안다. 내가 말하는 이 ‘소박함’이 결코 소박하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그러고 싶다.

나만의 작은 루틴들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는 행위가 사치가 되지 않는 삶.

예쁜 쓰레기 하나를 집어 들 때 내 통장 잔고와 양심을 번갈아 살피지 않아도 되는 삶.

그런 안팎의 여유가 허락되는 삶을 나는 꿈 꾼다.


뭐, 행운버거는 내년에 또 나오겠지.

그때까진 이케아 연필이라도 하나 챙기며, 고민 없이 예쁜 쓰레기를 털어올 그날을 상상해 본다.

그런 귀여운 상상만으로도 오늘을 살아낼 힘은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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