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records_mo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로 올라가는 그즈음에, 수영을 배우러 다녔다.
자유형을 가까스로 마치고 배형을 한 참 배울 즘, 더 이상 수업에 나가지 않았다.
사춘기가 한참 시작된 때라. 수영복을 입는 일 자체가 매우 창피했었던 것이다.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도 많아서, 샤워도 하는 둥 마는 둥, 옆을 힐끔거리면서 누가 볼세라 대충 물만 묻히고 나왔던 기억들.
사춘기 부끄러움 많은 소녀였던 나에게 수영장은 매우 불편한 곳이었다.
그 이후로 성인이 되기 전까지 수영복을 꼭 입어야 하는 실내 수영장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부끄러움이 이제 그나마 가신 어른이 되어서야, 팔과 다리까지 덮는 수영복을 찾아 입고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자유수영을 하는 첫 번째 레인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줄을 지어서 왔다 갔다 걷다가 오는 일이 다지만, 그 자체가 매우 즐거운 일이 되었다.
주중에 하지 못했던 가벼운 얘기들을 하며, 걸어서 수영장 끝을 왔다 갔다 거리는 그 시간을 은근히 기다린다.
어릴 적 부끄러움 덕 에 아직도 수영을 못하지만, 이젠 수영장 가는 일 자체가 즐거운 일이 되었고,
일상 안에서 그것 자체가 나에게 활력을 주는 시간이 되어, 주말 아침 수영장을 가는 일은 무엇보다 즐겁다.(아직 수영을 정식으로 배울 생각은 없다.언젠가. 진짜 하고 싶은 날이 온다면 그때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일상에서, 잘하지 못하더라도 그냥 하는 자체가 즐거움이 되는 일들을 많이 만들어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늘, ’ 목표를 위한 과정이 되는 일‘들을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시간들 안에서, 퍽 잘하지 못해도, 어떤 날은 그냥 즐거운 일들을 하는 것, 일상에서 그런 사소하고 가벼운 즐거움의 시간들을 찾아 쉼과 안정을 주는 일들을 늘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모씨 그리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