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 끝에 네가 오롯이 서 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이십 대 후반이었나 갓 서른이었나, 아무튼 그 무렵 블로그에 기록해 뒀던 문장이다. 그때의 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상태였다. 지나간 누군가를,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은 인연을, 도쿄에 있는 베스티를, 결국 닮은 고양이를 찾아 나서게 했던 옛 애인의 고양이 두부를, 매일 걷던 브리즈번의 어느 골목을, 비 내리던 여름의 불국사를, 그날의 냄새를,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를, 수많은 게시글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 생각만 해도 애틋한 이름이 된 미투데이를. 마치 그리워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길 끝에, 그것도 오롯이 서 있는 '너'는 없었다. 길 끝에 있는 건 언제나 나였다. 매번 길이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
지금 가는 이 길 끝엔 내가 오롯이 서 있으면 좋겠다. 올곧게, 자유롭게, 씩씩하게. 길 끝에 있는 것이 너이기를 바랐던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되고 싶은 것은 좋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