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을 끄는 아이

2026년 2월 7일(토)

우리 집에는 소리 나는 장난감이나 화려한 캐릭터 인형이 드물다. 대신 구슬, 나무 블록, 실, 그리고 가베 교구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조그만 나무 조각과 비즈를 늘어놓고 주방 놀이를 하는 아이를 보며, 친정 엄마는 안쓰러운 듯 장난감 좀 사주라 핀잔을 주기도 하셨다.


나 역시 흔들리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놀이를 정의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즐거움을 알길 바라는 욕심에 기념일이 아니면 좀체 장난감을 들여놓지 않았다.


오늘, 아이는 나의 그 고집스러운 기다림에 근사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자석 블록에 실을 감고, 자꾸 미끄러지는 실을 묶어보고, 그래도 헐렁하자 주방에서 집게를 가져와 실을 고정했다. 그리고는 그것을 끙끙거리며 끌고 가며 외쳤다.


"나는 크리스토프고!! 쿤이는 스벤이야!!"


아윤이의 눈앞에는 자석 블록이 아닌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고양이 쿤이가 아닌 스벤이, 거실 바닥이 아닌 겨울 왕국의 설원이 펼쳐지고 있었나 보다.


한동안 주방 놀이에만 머물러 있던 아윤이의 도구들이 이제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정해진 용도에 갇히지 않고 집 안의 온갖 사물을 조합해 자신만의 세계를 정교하게 쌓아 올린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느끼는 몰입의 즐거움과 성취의 뿌듯함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요즘은 참 아이 키울 맛이 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 편이 아릿하다.

아이의 놀이가 정교해질수록, 부모의 가이드 없이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뒷모습이 선명해질수록, 아윤이가 너무 빨리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아기아기하던 서툰 몸짓이 사라진 자리에 아이만의 단단한 세계가 들어서는 것을 보며, 대견함과 아쉬움 사이 그 어딘가에서 묘한 기분이 들어 한참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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