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라보는 너의 시선

2026년 2월 13일(금)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지만, 아이에게 엄마의 '일'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벽인가 보다. 오후 네 시, 현관문이 열리고 아윤이가 나를 찾으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반가운 몸짓으로 달려 나가 아이를 맞이한다. 30분 정도 온전한 시간을 함께 보낸 뒤에야 다시 책상 앞에 앉곤 하지만, 아이는 그 시간만으로는 부족한 모양이다.

2층 업무 공간까지 따라 올라온 아이는 같이 놀자며 곁을 떠나지 않는다. 거래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옆에서 연이어 '엄마'를 부르는 아이를 겨우 달래 무릎에 앉혀두고 일을 이어가 본다. 쏟아지는 질문과 키보드를 마구 두드리는 작은 손가락을 마주하다 결국, 아이의 입에서 "엄마 미워"라는 말이 나오고 나서야 다시 모니터로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잠시라도 얼굴을 더 보고 싶어 선택한 재택근무였는데, 곁에 있으면서도 온전히 함께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아이에게는 오히려 더 큰 갈증이 되는 것은 아닐까.


밀려드는 업무로 아이의 부름에 미처 대답하지 못할 때면, 곁에 있던 할머니가 한마디 거드신다. "엄마 오늘은 회사 갔나 봐."


그 말에 아윤이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아니라고, 여기 엄마 신발이 다 있다고. 몇 켤레 되지 않는 신발이지만 아이는 그 모양과 개수를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신발장의 빈칸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아이는 내가 이 집 어딘가에 있음을 확신한다.


모처럼 연차를 내고 네일을 받았다. 셔틀버스에서 내리는 아윤이를 마중 나간 길, 버스 문이 열리자마자 나를 발견한 아이의 얼굴은 세상을 다 얻은 듯 환해진다.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내 손을 낚아채듯 잡더니 이내 소리쳤다. "엄마! 네일 했네! 너~~ 무 이쁘다~~~"


그 짧은 찰나에 내 손끝은 또 언제 본 걸까.



처음에는 그저 눈썰미가 좋은 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아윤이는 줄곧 나를 보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나의 손가락, 나의 옷, 나의 신발, 그리고 나의 표정과 작은 몸짓 하나까지. 아이는 어쩌면 자신의 세상인 엄마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눈에 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보인다 했다.

아이의 시선은 늘 나를 향해 머물러 있는 게 아닐까.

아윤이는 지금 온 힘을 다해

나를 사랑하고 있는 중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