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먼저 닿는 인사

2026년 2월 17일(화)

명절의 여운을 뒤로하고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 공항은 여느 때처럼 오가는 이들로 붐볐다. 그 번잡함 속에서도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아윤이는 유독 반짝 여보였다. 아이는 신분증을 검사하는 공항 직원에게 다가가 맑은 목소리로 첫인사를 건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다정함은 멈추지 않았다. 커피를 사는 카페에서도, 비행기에 오르며 마주한 승무원들에게도, 주차장 직원 분에게도 아윤이는 잊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낯선 이들의 무표정한 얼굴 위로 아이의 인사가 닿을 때마다, 딱딱했던 공기가 이내 부드러운 미소로 번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아윤이는 인사를 참 힘들어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마주치거나 유치원 셔틀버스 선생님을 뵐 때도 선뜻 입을 떼지 못하고 내 뒤에 숨기가 일쑤였다. 혹여나 인사를 안 하는 모습이 예의 없는 아이로 비쳐질까 내심 조바심이 나기도 했지만 예전 오은영 박사님의 강연이 생각났다. 인사는 단순히 정해진 문장을 뱉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났을 때의 '반가운 마음'을 전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는 말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인사를 강요하기보다 직접 보여주는 길을 택했다. 이웃을 만날 때면 누구보다 먼저 밝게 인사하며 "인사는 네가 느끼는 반가움을 표현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야"라고 나직이 일러주곤 했다. 언젠가는 아이의 마음속에 그 반가움이 차올라 스스로 문장을 만들 날이 오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그런데 오늘, 아윤이는 누구의 재촉 없이도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고 있었다. 억지로 하는 의무감이 아닌 만나는 이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진심이 느껴졌다. 수줍음이라는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와 세상에 먼저 다정한 손을 내미는 그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뭉클했다.


아이는 언제 이렇게 큰 걸까. 단지 인사의 기술을 배운 것이 아니라, 타인과 온기를 나누는 법을 배워가는 아이의 성장이 눈부시다. 세상을 향해 건네는 그 예쁜 말들이 고스란히 아윤이의 삶으로 돌아와 쌓이기를, 아윤이가 오늘 세상에 뿌린 "새해 복"이 고스란히 아이의 삶으로 돌아와 쌓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