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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짱언니 맘스디얼 Oct 19. 2021

카페사장되기 전 했던 일들

가게를 하기 전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우리 가족들은 모두 내가 가게를 열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랬다. 가족복지과를 나와서 어린이집 한 달, 복지관 한 달을 실습해보고 이건 내 길이 아니다 싶어서 바로 일반 회사로 직행해버렸다. 그렇게 사무직으로 11년간을 열심히 일하고 아이를 낳고 몇 년 뒤 집에서 살림만 하는 소위 경력단절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다들 너 많이 일했으니 이제 좀 쉬어도 된다 고 했는데 그건 진짜 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육아가 쉬는 건가? 어떻게 육아를 쉰다고 말할 수 있지? 나는 육아보다 회사 다니는 게 훨씬 더 좋은데??  회사는 내가 일한 만큼의 성과가 눈에 보이기라도 하지 육아는 그게 없다. 뭐 나중에 효도하네 마네 너의 지금 고생은 다 보상받을 수 있다 이런 소리도 있긴 한데 그것도 옛날이나 가능하지 지금처럼 월세 내기도 빠듯하게 사는 어른들이 가득한 시대에서는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다. 나조차도 부모님 챙기는 게 버거운데 그걸 더 힘들어질 세대인 우리 아이에게 기대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아무튼 애가 웃는 것만 보면 너무 행복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요 그 순간이 너무 소중해요

이런 거는 진심 그 순간 단 몇 초 일 뿐이다. 나중에 이 아이에게 들어갈 돈은 어마 무시하다는 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큰 애 학원비로만 50만 원이 훌쩍 나가는데 뭐. (학원 안보내면 되죠~라는 말은 사양한다. 그런 아이들을 둔 엄마는 진심 큰 복을 받으신 분임) 그래서 나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뭐라도 배우기로 시작했다.


공인중개사의 전망이 좋아 보여서 남편에게 슬쩍 말했더니  "그거 진짜 어렵다는데 네가 할 수 있겠어? 괜한 돈 버리지 말아. 그거 몇 년을 해도 안 되는 사람 천지라더라. " 나는 자존심이 센 편이라 그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오기가 생겼다. "야! 100만  빵 하자. 붙는 사람도 있는 건데 왜 못하니 나 할 수 있다."그래서 일단 시작했다. 그러나 여태까지 한 번도 많은 양의 공부를 해본 적이 없던 터라 정말 토가 나오도록 읽고 쓰고 읽고 쓰고 반복하며 중지의 굳은살을 뜯어냈다.  육아와 알바로 학원을 갈 수 없어서 인강을 듣고 또 듣고를 반복했다. 심지어 자기 전에도 이어폰을 꼽고 잤다. 그렇게 죽어라 공부한 결과 거의 1년 공부해서 바로 붙어버렸다. 커트라인 점수에서 한 문제 더 맞혀 붙은 거라 혹시라도 오엠아르 카드 잘못 체크했으면 난 끝나는구나 하며 걱정했고 옆에서 남편은 진짜 붙는 거냐고 했는데 진짜 붙어버렸다. 기고만장한 나에게 너는 약간 이렇게 긁어줘야 잘해서 해서 그런 내기를 했다 했지만 낙장불입 바로 100만 원을 뜯어버렸다 ㅎㅎㅎㅎ


그런데 이것도 참... 시작을 할 수가 없었다. 일단 완전 초보자니 부동산 사무실 소장 밑으로 들어가서 일을 배워야 하는데 신입은 처음부터 각 잡고 배워야 한단다. 그리고 이일의 특성상 주말이 없단다. 그렇다고 애를 데리고 출근할 수 도 없는 거고 이쯤 되니 처음의 포부는 점점 작아지고 난 도대체 뭘 해야 해? 또 이렇게 되돌이 표를 몇 번이고 찍는 것이다.


그렇게 몇몇을 알아보니 결론은 내가 사업을 하는 것이 최고라는 답이 나왔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일 할 수 있는 곳은 바로 내 사업장밖에는 없다는 게 진리인 건데 계속 그것을 부정하고 어떻게 서든 남 밑에서 일하려 했던 건 아마도 안정지향적인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imf 시기를 심하게 거친 나의 부모님은 대출받아서 패가망신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자식들에게는 대출받으면 큰일 난다고 돈도 안정적인 적금이 최고라고 하는 분들이었다. 그러니 나도 은연중으로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성향 자체가 궁금한 것은 못 참는 나란 사람은 비트코인부터 ico 발행 코인 까지. 진심 영어도 못하면서 번역기 돌려가며 투자해 본 사람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코로나 위험을 감수하고도 가게를 오픈해버린 것이다. 이렇게 지금 하고 있는 카페일은 아르바이트 한번 해보지도 않고 오픈한 거.....


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다. 진심 무식하면 용감한 거 맞다. 그래도 나는 끈기 있는 여자라 그냥 밀고 나간 거다. 대신 남들 잘 시간에 뭐라도 더 하나 알아보려 마케팅 공부하고 수제청 맛 잡으려 레시피 정리하고 이런 하나하나의 노력들이 그래도 우리 가게가 현상은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참 열심히 사는 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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