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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짱언니 맘스디얼 Nov 21. 2022

수강생이 카페 폐업을 결정했다.

그녀의 마음은 얼마나 만신창이가 됐을까?

벌써 2년 전이구나.


환하게 웃으며 수업을 받으러 왔던 30대 중반의 수강생.

그녀는 유치원 교사로 일을 하다가 육아를 하게 되면서 경력단절 여성이 되었다.  아이를 키우고 다시 전에 하던 일을 하려 했으나 본인만의 가게를 하나 해보고 싶은 마음에 나에게 와서 창업반 수업을 들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남 밑에서 일만 했던 그녀는 기초적인 창업지식이 하나도 없었기에 A부터 Z까지 나에게 물어보며 가게를 오픈했기에 정말 걱정이 많이 되었다.


같은 지역 내에 있어 오픈하고 얼마 뒤 바로 찾아가서 가게 운영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다.  나에게 수업을 받고 난 이후로도  수많은 연습을 거듭했던 분이라 디저트나, 음료의 맛은 환상이라 할 정도로 맛이 있었다. 그러나 상권 자체가 일명 죽은 신도시 상권이라 워킹 손님을 잡기에는 너무 힘든 자리임이 보였다.


가게를 계약하기 전에 나에게 가게 주소를 알려주었을 때에도 그 자리는 유동인구가 거의 없어서 걱정이 된다며 말렸었다. 그러나 그녀는 본인의 집 근처고 아이들의 학교가 가까우며 월세가 싼 편이라며 그 동네를 고집했다.


그래서 " 그럼 광고를 열심히 하며 잘해봅시다. " 하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자리가 안 좋으면 남들보다 두배는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을 아는지라 더 걱정이 되었다. 거기에 또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녀의 천성이었다.


볼 때마다 늘 웃는 그녀는 마음이 여려 보였고 그래서 나도 무른 성격인데 나보다 더 무른 성격인 우리 수강생이 어떻게 이 험한 장사를 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사람을 잘 믿는 스타일이란 게 보였던 사람이라 사기 안 당해야 한다며 뻔한 광고쟁이 수법에 대해서도 몇 번이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나 오픈하고 얼마 뒤 바로 광고꾼들의 현란한 말솜씨에 속아 쓸데없는 돈을 버렸다며 연락이 왔다.  그것을 시작으로  가게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때 조언을 구하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는데 그때마다 드는 생각이 "사람이 너무 순하다."라는 것이 내 결론이었다.


손님들이 비싸다고 깎아달라고 하면 깎아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말도 안 되는 시간에 해달라 해도 다 해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얼마 안 되는 가게 매출에도 타격이 가고 사장 본인의 체력과 마음에도 타격이 크다.


진상 손님 한번 만나면 온갖 진이 다 빠지는데 그것을 계속 겪는다고 생각해보라. 사람이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마음 근육이 커야 하는데 저런 식으로 상처를 입다 보면 일이 하기가 싫어진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유튜브 등등 광고할 매체는 많으나 지쳐서 하기 싫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매출도 잘 나오지 않고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며 가게를 정리하기로 했다.


처음 시작할 때 많이 나갈 것이라 생각해서 만든 로고가 있는 주문제작 박스들부터 시작해서 기자재 등등 이제 처분해야 할 것들이 한가득이다.


잘돼서 확장 이전을 하게 되면 다 가져가면 된다지만 처분하게 되면 반의 반값도 안쳐주는 것을  잘 알기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지금 그녀의 마음은 어떨지도 너무 상상이 되었다.  나도 카페가 안 되어서 힘들 때 떨어진 자존감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었다. 나는 왜 안되는가? 남들은 카페 잘만 하던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든 것인가? 등등 자책을 수없이 했고 지금도 카페를 하지 않았어야 했다며 후회하고 있다.


다행히도 클래스 수업과 수제청 판매나 답례품 수입이 받쳐줘서 버틴 것이다. 그러나 한번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 아주 오래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그녀가 얼마나 힘들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갈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가 더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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