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은 행복하길...?

나부터 행복하길!

by 루시골드


전 왜 이렇게 태어났죠?


전 세계가 사랑하는 <겨울왕국>의 엘사 공주는 얼음 마법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 동생 안나와 얼음 썰매를 타며 놀다가 안나가 다치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놀라서 달려온 엘사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 뭘 한거야? 왜 자꾸 그래?”


놀란 나머지 엘사를 다그치던 부모님은 지혜 많은 트롤들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갑니다. 트롤들은 안나의 상처는 낫게 해주지만 엘사의 마법에 대한 기억은 모두 지워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은 이런 결정을 내리죠.


“우리가 엘사를 지킬 거야. 성문을 닫아. 마법을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모두를 엘사로부터 차단시킬 거야. 안나도.”


엘사의 부모님이 엘사를 지키는 방법은 외부와의 단절이었습니다. 본래 타고난 마법을 외부로 들키지 않도록 엘사를 방에 가두고, 단짝이었던 자매 안나와도 단 한 번의 인사도 만남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모두를 지키기 위해 부모님이 선택한 방법이 정말로 모두를 위한 길이었을까요?


장갑으로 너의 힘을 숨겨라.
느끼지 말고 들키지 마라.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느끼지도 들키지도 못하게 하는 부모님의 명령은 엘사를 점점 더 고립시키고, 안나는 영문도 모른 채 언니와 같이 놀 수 없어서 점점 외로워져갑니다. 부모님은 엘사 마법의 뿌리를 찾아 해결하려고 목숨 바쳐 먼 길을 떠나지만 끝끝내 돌아오지 못합니다. 공주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던 아렌델의 국민들은 더 이상 공주들의 소식을 듣지 못합니다. 숨기고 단절시키는 에너지가 커질수록 엘사의 마법의 힘은 강해져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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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아이의 아토피를 숨기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내 아이의 상처를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아이고, 너 아토피 있구나”라는 말도 너무 듣기 싫었고, “아토피엔 이게 좋다더라”는 조언도 필요 없었어요. 엘사의 부모처럼 몇 년 동안 아이를 집 안에 가두고 나가지 못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내 아이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길 바랐고, 그 상처가 엄마 탓인 것처럼 말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바깥에 나가면 예상치 못한 음식과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모두를 위해’ 때때로 아이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결정을 할 때도 많았거든요.



저주라고 생각했던 마법이
고유한 능력이 되는 순간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엘사가 타고난 마법의 힘을 마음껏 발휘할 때의 표정을 기억하시지요? 두 살짜리도 안다는 “Let it go”를 부르며 얼음 성을 지어가는 장면은 엘사가 저주라고 느꼈던 얼음 마법이 자신을 자유하게 만드는 능력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해치기만 해서 반드시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 마법을 자유롭게 펼쳤을 때 일어나는 일이 그 정도일 줄은 엘사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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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때로 우리가 타고나거나 학습된 어떤 상처나 아픔이 마치 우리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네가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네가 할 줄 아는 게 뭐야? 그냥 조용히 살아. 움직이지 말고 남들처럼 살아”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면, 정말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조용히 죽은 듯이 살아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그래서 실제로 나의 능력과 잠재력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지, 그 능력으로 펼칠 수 있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로 클지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채 한 평생을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내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아이에게 있는 부족함이 무엇이든지, 그 부족함이 내 아이의 존재보다 커 보일 때, 부모는 그것을 숨기고 싶어집니다. 예를 들어, 다른 아이들보다 신체 발달이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있다고 생각해봐요.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통제하기가 힘들거나, 민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바깥 세상과 의도적인 단절을 지속한다면, 아이는 자신의 ‘느린 신체발들’을 숨겨야 하는 취약점이라고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많아진다면, 자신의 존재 자체를 드러내거나 표현하기를 꺼리게 될 것입니다. 어딜 가나 누구를 만나든 주눅 들고 자기표현을 억압하고 숨기는 사람이 될지도 몰라요. 엘사가 그랬듯이요.

엘사가 어릴 때부터 자신이 타고난 마법의 능력을 방 안에 가두는 대신, 선하게 쓰는 방법을 배우고 사용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예를 들어, 얼음이 필요한 모든 곳에 엘사의 마법으로 얼음을 생산하도록 하고요. 더운 여름, 24시간 눈이 내리는 시원한 아이스 하우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도 있고요. 아렌델에 사시사철 유지되는 얼음 조각 공원을 만들어 외부 관광객을 계속 유치할 수도 있겠지요. 깊은 갈등을 만들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영화 시나리오로서는 재미없었을지 모르지만, 엘사의 삶은 완전 다른 색깔로 칠해지지 않았을까요? 어둡고 슬프고 외로운 엘사가 아니라, 밝고 즐겁게 함께 성장하는 엘사가 되었을 거예요.


여러분에게 평생을 숨기고 싶고, 숨겨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아픔이 있나요?

여러분의 아이에게 그런 상처나 부족함이 있나요?


어떤 상처를 가지고 태어났건, 자라면서 어떤 아픔을 겪었건, 당신이 저주 혹은 불운이라고 지정했던 그것은 반드시 당신을 다시 살게 하는 능력이 될 것입니다. 그것을 보는 관점과 태도를 바꾸고 존재에 집중하게 되면, 그 어떤 장애물도 우리의 성장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오히려 그 장애물이 성장의 촉진제 역할을 한다는 것까지 알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고요.


우리 가족에게 저주처럼 느꼈던 아토피가 아이와 저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고, 부부가 하나로 똘똘 뭉치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아이의 아토피를 통해 ‘내가 존재를 보는 방식’을 되돌아보게 되고, 내 인생에 단 하나의 흠도 허락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교만함도 인정하게 된 것처럼 말이에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숨겨진 능력으로 세상을 선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혼자 숨어 살고자 했던 엘사가 진정한 사랑의 힘을 경험할 때 아렌델에 그토록 기다리던 여름이 찾아온 것처럼, 여러분이 엄마일 때 발견한 능력이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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