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다시 꿈 꿀 수 있을까?

엄마라는 이름으로 더 큰 내가 되기

by 루시골드
나도 다시 꿈꾸고 싶어!


영화 <씽 Sing>은 코알라 버스터 문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자신의 극장을 살리기 위해 대국민 오디션을 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다양한 동물들의 출중한 노래 실력과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만 해도 풍성한 영화인데요. 전지적 엄마 시점으로 봤을 때, 저에게는 다름 아닌 돼지 엄마 로지타가 단연 돋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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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로지타는 스물 다섯 마리의 쌍둥이 돼지를 키우고 남편을 챙기는 전업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여느 주부들과 비슷한 모습이지요. 살림과 육아에 매진하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오디션 전단지 한 장으로 새로운 꿈을 꾸게 됩니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고 싶다는 꿈이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갖가지 노력을 하지만, 시련을 맞이하게 되고, 결국 모든 어려움과 한계를 뚫고 꿈을 이뤄내는 수퍼맘 로지타의 감동스런 이야기는 실제 우리가 알고 있는 꿈을 이루는 전형적인 패턴(꿈꾸기→열심히 노력하기→시련 만나기→시련 극복하고 꿈 이루기)과 아주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래, 꿈, 좋아. 좋은 거 누가 몰라? 하지만 나에게 달린 혹이 몇 갠데, 지금 나는 안돼. 애가 어린이집 다니게 되면 그 때 생각해 볼게.“


대부분의 엄마들은 이렇게 꿈을 꾸는 것조차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꿈꾸기를 마다합니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나중에 시간이 많아지면, 나중에 돈 좀 모으면 하고 미뤄두던 꿈은 점점 실현하기 힘든 말 그대로 환상같은 꿈이 되어 기억 저편에 자리 잡게 되는 걸 많이 보아왔어요.


엄마가 꿈을 꿔도 될까요?
엄마도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저는 애를 둘 낳고 이제야 꿈을 이루겠다고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거나 친정 시댁에 도움을 요청하고, 내 시간을 내고, 노력하며 뭔가를 행하는 모든 과정이 사치로 느껴졌어요. 아이들은 한 순간도 엄마와 떨어지길 원하지 않고, 삼시 세 끼 밥이며, 간식이며, 씻기고 재우는 것뿐만 아니라 빨래, 설거지, 요리, 청소 등의 집안일만 해도 얼마나 하루가 벅찬가요. 거기다 내가 더 이상 어떻게 시간을 내고 에너지를 쏟아 뭔가를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때도 많았지요.


하지만 <씽>의 돼지 엄마 로지타를 보면서 가슴 뜨거워지는 희망과 열정을 만나게 되었어요. 스물 다섯 마리 돼지를 키우며 오디션에 참가한다는 것이 영화 속 이야기라 하더라도 내 안에서 이토록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은 엄마로만 살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로서의 삶이 전업맘 아니면 워킹맘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 속에서만 내 자리를 찾으려고 했으니, 로지타처럼 꿈을 꾸기 시작하면 닥칠 문제들에 대해 미리 두려움을 가지고 선뜻 꿈꾸기조차도 시도하지 않았어요. 그저 고시 공부가 내 꿈이라고 위안 삼으며 이어갔었지요.


로지타는 오디션 전단을 본 날 저녁, 퇴근한 남편과 오디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나누고 싶었지만 남편은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티비를 보다 잠들어 버렸어요. 다음 날 아침에도 이어지는 소통 시도. “여보, 나 노래 잘하지 않아?”라며 운을 띄우지만, “어 그래 잘하지. 근데 여보 화장실 변기 또 막혔어.”라는 말만 남기고 출근을 합니다. 그렇게 오디션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1도 꺼내지 못한 채 아이들을 등원시킨 후 버스터 문의 극장을 찾아 갑니다. 이 장면에서는 가족들과 진심어린 대화나 눈 맞춤도 없이 기계처럼 회사를 왔다 갔다 하는 우리네 아빠들도 생각나고, 그 아빠들과 소통하고 싶어 허기져있는 우리 엄마들도 생각이 나서 씁쓸해지더군요.


그렇게 꿈을 이루기 위해 밖으로 나가 자신을 알리고 좋아하는 노래를 남들 앞에서 부르기 시작한 로지타가 그 길로 바로 승승장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디션에는 통과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춤을 그것도 촐싹대는 군터와 함께 호흡 맞춰 춰야한다는 것이 장애물로 다가왔어요.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은 로지타가 겨우 극복하여 호흡을 맞춘다 싶었는데,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나는데, 그건 바로 극장의 붕괴. 멋진 오디션 무대를 준비하다가 얼떨결에 무너져버려 폐허가 된 극장에서 로지타를 비롯해 함께 하는 친구들이 꿈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해보였어요. 잠시 무기력에 빠져 있다가 ‘함께’라는 힘을 합쳐 극장을 직접 다시 세우고 완벽하지 않지만 자기만의 무대를 만들어 소름끼치게 멋진 공연을 보여준 로지타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어요.


오디션에 참가한 줄도 모르고 있던 남편과 아이들은 마지막 무대에서 “Shake it off"을 부르며 춤추는 로지타에게 완전 매료됩니다. 무대가 끝나자마자 아이들이 뛰어 올라가 엄마를 끌어안고 매달리고, 넋이 나갔던 남편은 뒤늦게야 무대로 올라와 진한 키스로 감동을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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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 엄마가 주는 감격도 이정도인데,

내가 저 무대에 선다면?
당신이 저 무대에 선다면...
어떨까요?


당신이 어릴 적부터 갖고 있던 혹은 엄마가 되어 새로이 꾸는 그 꿈이 이루어진다면 어떨까요?


우리를 만드신 신이 있다면, 우리가 그 무대에 서서 각자의 능력과 재능과 열정을 마음껏 펼치는 그 순간을 엄청 간절히 기다리고 있지 않으실까요? 능력이 펼쳐지는 무대가 어디냐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누군가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노래하고 춤추는 말 그대로 ‘무대’일 수도 있고요. 엄마가 되어 더 성숙해진 가수 장윤정처럼요. 누군가는 약한 아이들을 돌보는 아프리카일 수도 있겠지요. 두 딸을 입양하고 평생을 아프고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배우 신애라처럼요.



평생을 아이에게 올인하라고 나를 만들지 않았을 것예요. 일에 치여 아이랑도 남편이랑도 대화다운 대화 한 번 못하고 살도록 나를 만들지도 않았을 거예요. 엄마로서 아내로서도 사랑을 주고받되, 그 무엇보다 당신 자신이 되길 바라지 않으실까요. 당신의 능력이 세상 밖으로 펼쳐져서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길 바라지 않으실까요. 더 나아가 엄마로서 내가 나답게 행복하게 내 안의 능력을 펼치며 사는 모습을 내 아이가 보고 자신도 그렇게 살겠노라 꿈꾸고 더 선한 세상을 만들어가길 바라지 않으실까요.


내가 내 능력을 내 안에만 가두고 있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전세계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 능력이 바깥으로 펼쳐지고 내 안에 거인이 깨어나 다른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 결국 나도 잘 되고 내 아이도 잘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세상은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어요. 당신이 아이를 키우는 동안 발견하고 갈고 닦은 숨은 능력들을 토대로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펼쳐주기를요. 그로 인해 다른 엄마들도 꿈을 꾸고 꿈을 이루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기를. 엄마가 소명을 따라 사는 모습을 보고 자란 우리 아이들도 원하는 건 뭐든지 이룰 수 있는 세상에서 함께 성장하며 사는 삶을 보여주기를요.


당신의 무대는 어디인가요?

그 무대에서 어떤 능력을 펼치며 살기 원하나요?

무대 위에서 당신의 능력이 펼쳐질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KakaoTalk_20210411_231606055_01.jpg 어떤 무대에 서고 싶나요?


그 떨림, 그 설렘, 그 감정으로 매일 살아요, 우리!

엄마도 그렇게 살 수 있어요. 가능하다 믿기만 한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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