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메이킹 맘
엄마의 이름은 경단녀?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기간제 교사가 임신과 출산을 계기로 ‘경단녀’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일이 끊긴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일에서 내 아이를 키우는 일로 변화된 것인데, 사회는 저를 경력단절여성으로 분류했습니다.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일이 아니라는 전제가 안타깝고 속상했습니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귀한 일을 하고 있는데도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 억울했습니다.
대부분의 엄마는 짧든 길든 소위 말하는 ‘경력의 멈춤’을 경험하게 됩니다. 결혼, 출산, 육아의 이유로 하던 일을 그만 둔 사람이라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경단녀’라는 딱지를 붙이게 되고, 일시적으로 일을 쉬고 있는 엄마라면 ‘일을 그만두었을 때 어떻게 될지’를 상상하며 걱정에 빠지곤 합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직장에 다니다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이 지난해(2021년) 상반기 기준 145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이 중 65%는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경우 사회에서 하던 일은 멈추었지만,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일의 형태가 바뀐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럴 때 엄마들은 기존에 하던 일을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아 두렵고, 사회에서 내가 쓸모없다 느껴져서 불안하기도 하고, 혹은 ‘일’을 잃음으로써 ‘나’를 잃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어떤 형태로 살아가는 엄마이든, 아이를 낳은 이후에 ‘자신의 일’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치열하게 육아하며 자신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는 엄마들을 뭐라고 부르면 귀하다 여겨질까?'
오래 고민했습니다. ‘경력단절여성, 경단녀’ 대신 어떤 말로 이 시대 여성들을 부르면 좋을까요? 학력도 높고 의욕도 넘치는 30-40대 요즘 엄마들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무엇이 좋을까요?
최근에는 ‘단절’이란 부정적인 단어 대신 ‘보유’라는 긍정적인 표현을 써서 ‘경력보유여성’이라고도 부르기도 하고, ‘경력을 준비하는 여성’이라는 뜻으로 ‘경준녀’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좋은 변화이자 반가운 시도입니다. 이런 용어들을 받아, 저는 보유와 준비를 넘어서 창조하는 이 시대 엄마들을 ‘커리어 메이킹 맘 Career-making mom'이라고 부르고 싶어졌습니다.
새로운 이름, 커리어 메이킹 맘
얼마 전까지 우리가 살아왔던 세상에서는 ‘취업’이 정답이라고 강조해왔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같은 세대를 살고 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더 급격하게 변화할 것입니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부모 세대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남겨줄 수 있을까요?
아이를 돌보면서도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기만의 일하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일로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재취업 대신 ‘창직’의 길에서 여러분의 잠재력은 더 자유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직업들이 2015년 당시에는 ‘창직’의 예시로 나와 있습니다. 지금 내가 하고 싶고 되고 싶은 모습을 직업명으로 만든다면 5년 후에 그것 또한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뭐라고 직업을 만들어?’라는 생각을 잠시라도 하셨다면,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고, 그 시작은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창조성은 생명체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는 창조력이 잠재해 있다.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우린 이미 창조자로 태어났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창조하려는 본성이 있습니다. 엄마로 사는 시간은 그 창조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우리 인생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