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드 커리어 3_쓰는 사람, 작가
새로운 나만의 커리어를 만들고 싶은 엄마들에게 추천하는 세 번째 씨드 커리어는 작가입니다. ‘작가’의 사전적 의미는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지만, 여기서는 ‘글을 쓰는 사람writer’을 작가라고 지칭하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글을 쓴 경험이 있습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학교 다닐 때는 일기를 썼고, 글짓기를 했으며, 독후감을 썼습니다. 좀 더 높은 학년이 되었을 때에는 논술을 쓰거나 레포트를 썼습니다. 취업을 위해서 자기소개서를 써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일을 위해 사업 계획서를 쓰거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본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육아일기를 쓰거나 SNS에 살아온 기록을 남기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성찰하고 발견하고 성장하다보면 ‘내 삶을 글로 남기고 싶다.’라는 바람을 가지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는 ‘내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자신의 삶에 대해서 기록하다가 저자가 되기도 하고, 인플루언서가 되기도 하고, 강사가 되기도 하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이 만나게 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 이야기, 마음 등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게 기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시간의 경력이나 실력,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지금, 여기’에서 쓰는 행위 자체가 중요합니다.
이 시대에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싶다면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작가’가 되어야 합니다. 기억은 오래가지 않지만, 기록은 오래가기 때문입니다. 말은 흘러가지만, 글은 남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남겨진 기록은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아주 소중한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 성장의 포트폴리오이자 이력서이자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습니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이야기가 전달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사실 나 자신에게 가장 좋은 일입니다. 가장 젊은 날의 나의 이야기가 글로 기록되면서 나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떤 가치를 품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알아차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의 글쓰기 역사는 이러합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 글짓기를 잘 한다 소리를 몇 번 들었으나 그 이후로 글이란 것을 써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평범한 교실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고, 심지어 문과가 아닌 이과를 선택했기에 더더욱 글쓰기와 멀어진 삶을 살았습니다.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했기에,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쓸 기회는 없었습니다. 어쩌다 뭔가를 써야 한다면 그것은 항상 정답이 정해져 있는 시험 답안이 전부였습니다. 뒤늦게 영어영문학을 배웠고, 대학원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임용고시까지 준비했지만, 내가 쓰는 글은 늘 모범답안이 있는 글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엄마가 되기 전까지 가끔 일기장에 긁적거리는 것 외에 글다운 글을 써 본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배경에서 자라다보니,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리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출제위원의 의도를 파악해서 원하는 답안을 써내려가는 것은 익숙했지만, 내 인생의 답안을 스스로 써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정체성에 대해서 심히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서 글이라는 것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글쓰기 챌린지에 참여하며 블로그에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몰랐기 때문에 그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가 좀 편해지면서 나의 생각과 마음을 기록하게 되었고, 그것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내 이야기를 풀어서 썼을 뿐인데, 그 글들이 사람들과 나를 연결해주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 독서모임이 되고, 내가 깨닫고 정리한 내용을 전달하면 수업이 되고, 좀 더 개입해서 자세히 안내하면 코칭이 되었습니다. 감사일기로 시작한 글쓰기가 이제는 저에게 빼놓을 수 없는 습관이자 루틴이 되었습니다.
강원국 작가는 <나는 말하듯이 쓴다>에서 “눈을 잘 써야 말과 글이 좋아진다.”라고 했습니다. 즉, 관찰을 잘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인데, 아이를 키우며 사랑하는 내 아이를 끊임없이 관찰해 온 엄마들은 글을 잘 쓸 수 있는 자질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애초에 창조자로 태어났지만, 그것을 발휘할 기회나 자리가 없어서 그 능력이 키워지지 못했을 뿐입니다. 당신이 펜을 들기만 하면 혹은 키보드에 손을 올려서 진실하게 쓰기 시작하면, 당신 안에 작가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엄마이자 나로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소재들을 하나씩, 조금씩 쓰기 시작해보세요. 이왕이면 공개된 온라인 공간 SNS에 쓰시고, 처음부터 그게 어렵다면 비공개로라도 글을 써보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당장 기록하기 바랍니다. 부족해 보이는 지금의 기록이 누군가에게 등불이 되어줄 것입니다.
[셀프 인터뷰]
‘작가’ 씨드 커리어 키우기
1. 어떤 이야기를 써 보고 싶나요?
(예. 아이와 나눈 대화 /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드는 방법 등)
2. 어디에 쓰면 좋을까요?
(예. SNS(블로그, 브런치, 페이스북 등) 혹은 개인 일기장, 카톡 나와의 채팅창 등)
3. 당신의 글을 누가 읽기 원하나요?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글이 될까요?
(예. 다섯 살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읽으면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4. ‘쓰는 사람writer’으로 살기 위해,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예. 글쓰기를 위한 독립된 시간과 공간, 육아에서 다양한 소재 발견, 함께 쓸 팀 등)
5. 4번에 쓴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액션플랜을 적어보세요.
(예.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30분간 글을 쓰겠다. 아이와 읽은 그림책과 관련된 글을 매일 하나씩 발행하겠다. 등)
앞서 말한 세 가지 씨드 커리어에서 순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씨드 커리어는 그 자체가 여러분의 핵심 커리어가 될 수도 있고, 다음 커리어로 가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 가지가 함께 실행되면 본격적인 커리어 메이킹에 시너지도 낼 수 있습니다. 인터뷰어로 시작해서 독서모임리더, 작가가 될 수도 있고, 작가로 시작해서 독서모임리더, 인터뷰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하고 독서모임운영하고 글을 쓰는 스타트업 대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한계보다 가능성에 집중하세요. 당신은 무한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