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캐는 엄마, 부캐는 여러개
첫째 아이 여섯 살 때까지 ‘고시공부하는 경단녀’였습니다. 하지만 커리어 메이킹을 한 이후 아이가 열 살이 된 지금까지 10개가 넘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 키우면서 일할 수만 있다면 뭔들!’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성장연구소 사업체의 대표이자 인터뷰어, 독서모임리더, 작가, 콘텐츠 크리에이터, 코치, 블로거, 강사, 프로젝트 매니저, 퍼스널브랜드 컨설턴트, 북토크 진행자, 상담사 등입니다. N잡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소개한 세 가지 씨드 커리어 - 인터뷰어, 독서모임리더, 작가 - 덕분이었습니다.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엄마성장연구소’의 대표로서 저에게 부여한 첫 번째 정체성identity은 ‘기업가entrepreneur’였습니다.
<생각의 비밀>과 <돈의 속성>을 쓰신 김승호 회장님의 ‘사장학개론’ 수업에서 ‘기업가는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해 주셨을 때,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입니다. ‘내 삶의 주인은 나이고, 당연히 내 일의 주인도 나여야 한다’는 다짐을 잊지 말자고 말입니다. 그래서 지난 5년 간 화려한 억대 연봉 타이틀이나 코스닥 상장 같은 이력은 없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과 더불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원하는 일을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란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이라고 했습니다. 이 정의를 좋아하는데, 저는 육아라는 기회를 사업화하여 모험과 도전 정신으로 이 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기업가로서 ‘무엇을 파냐?’라고 묻는다면, 가장 먼저 ‘메시지를 판다’고 대답합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하는 ‘기업가’에는 ‘메신저’라는 정체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메신저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메시지로 만들어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사람,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사람이다.
<백만장자 메신저> 브랜든 버처드
메신저messenger란, 메시지message에 ‘그것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접미사 ‘-r’을 붙인 말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입니다. 『백만장자 메신저』 (구, 『메신저가 되라』)는 책 덕분에 ‘메신저’가 많이 알려지긴 했으나, 우리나라에서 메신저라는 단어보다는 비슷한 형태의 일을 하는 사람을 ‘지식사업가’, ‘1인 기업가’, ‘콘텐츠 크리에이터’, ‘디지털 노마드’ 등으로 다양하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의미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요.
여러분이 어떤 씨드 커리어로 커리어 메이킹을 시작하든, ‘메신저’라는 정체성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육아 경험’과 ‘엄마 경력’을 통해 깨달은 메시지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업 주부로 일을 쉬거나 그만둔 엄마들을 만나면, “몇 년 쉬셨어요?” 가 아니라 “엄마 경력은 몇 년 차세요?”라고 묻습니다. 큰 아이가 일곱 살이라면 7년, 아이가 3세라면 3년, 아이가 50일 되었다면 엄마 경력 1년차겠죠. 임신기간까지 합쳐 아이를 품고 돌보는 시간을 경력으로 둔다면, 우리는 기존에 어떤 일을 했든 누구나 ‘엄마 경력자’입니다. 저는 어느덧 아이 덕분에 10년이라는 경력이 생겼습니다. 그 커리어를 키우면서 아이뿐만 아니라 저 자신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메신저는 개인이 가진 경험과 지식이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일과 삶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어렵습니다. 바꿔 말해, 인생의 깨달음이 일에 영향을 주고, 일에서 배운 능력이 인생에서 발휘되기도 합니다. 일과 삶을 분리시키는 대신, 균형을 맞춰 통합시켜갈 수 있어야 오래 갈 수 있습니다. 일과 삶이 균형과 통합을 이룬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아주 좋은 커리어의 조건입니다.
일도 하고 싶고, 아이도 내가 키우고 싶은 원함을 같이 이루기 위해서 혼자서 일 할 수 있고, 시간과 장소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 재택근무로 할 수 있는 아무 일이나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바로 나의 경험과 성장에서 얻은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핵심으로 잡고 있는 메시지는 ‘육아는 엄마 성장의 골든타임’입니다. 엄마들이 육아를 통해 ‘진짜 나’를 찾고 그것을 커리어로 펼쳐나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성장이 일어난다는 걸 경험했고,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육아가 경력이 되는 길’을 보여주고 싶었고, ‘커리어는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며 함께 그 여정을 걸어가고 싶었습니다. AI 시대일수록 ‘휴먼터치human touch’의 중요성은 커지기 때문에 미래에도 꼭 필요한 일이란 확신도 들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기업가’와 ‘메신저’의 정체성 덕분에 다양한 커리어들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이로운 핵심 메시지로 시작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쩌다 N잡러’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핵심 메시지가 빠진 브랜드를 운영했다면, 쉽게 돈 버는 법, 빠르게 성공하는 법을 찾아 여기저기 다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보다 돈을 더 빨리 많이 벌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더 쉽고 빠른 길을 찾아 달릴수록 장애물로 느껴지는 아이와의 관계는 점점 더 멀어졌을 것 같습니다. 그건 곧 바닥이 드러나는 일이고,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삶은 더더욱 아니었기에 좀 느리더라도 덜 화려하더라도 나만이 할 수 있는 소명이 되는 길을 닦아 가자고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잠재력을 만나고 펼치기 위해 다양한 일을 넘나듭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타이틀과 직업명이 붙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직업명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내가 ‘원하는 인생을 창조하고 있느냐’라는 걸 이젠 알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일’을 창조할 수 있다는 건, ‘원하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지름길이란 걸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많은 롤모델들도 자신의 커리어를 직접 만들고 그 길을 닦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나를 살리고 타인을 살리는 메시지’가 일의 중심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게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사람과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냥 돈 벌려고 하는 일인지, 소명이나 사명감을 갖고 하는 일인지요. 앞서 말씀드린 ‘왜 그 일을 하는지’가 확실한 분들입니다.
결국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되든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에 재미와 의미를 느끼고, 그 중심에 타인이나 세상을 살리는 메시지를 핵심으로 두는 것입니다. 그래야 나도 살고 너도 살고, 우리가 같이 사는 세상이 되어 아이들에게도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신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요?
어떤 씨드 커리어를 시작으로 그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요?
이 시대에는 당신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세상에 빛이 될 당신의 인터뷰가, 당신의 독서모임이, 당신의 글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