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고민? 기질 육아가 답이다!> 저자 인터뷰
[롤모델 인터뷰 2] <육아 고민? 기질 육아가 답이다!> 저자 최은정
위드유치료교육연구소 소장 / 엄마경력 17년차 / 남매맘
최은정 소장님과는 양육 코칭을 통해 만났습니다. 첫째 아이에 대한 불안함과 둘째 아이의 고집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싶어 2020년, 정은진 소장님(진로와소명연구소)과 최은정 소장님이 진행하신 <양육의 지혜>에 참여했었어요.
그 덕분에 우리 아이의 타고난 기질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고, 그에 따른 지혜로운 양육법에 대해 배운 귀한 시간이었지요. 자신의 아이들을 통해 ‘기질’이란 분야를 깊이 파고, 탁월한 전문가가 된 최은정 소장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육아가 콘텐츠가 되고, 독보적인 커리어가 된다는 것에 인사이트를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김수경: 최은정 소장님,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은정: 저는 ‘기질’을 연구하는 상담사이자 치유자입니다. 나의 기질과 타인의 기질을 이해함으로써 온전한 관계와 사랑을 회복하게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김수경: 소장님, 엄마가 되기 전의 커리어도 궁금해요.
최은정: 학생 때 전공을 두 번 했어요. 제 처음 전공은 디자인과 미술이었어요. 제가 처음에 결혼해서 초반까지 디스플레이나 전시 디자인하는 일을 했었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서 부산에 가서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 일을 지속할 수가 없었어요. 그 이후엔 기독교 대안학교에 들어가서 아이들 그림과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어요. 그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교육 전에 마음을 먼저 치유해야 되는 상황에 있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때 처음 배웠던 게 미술 치료였고요. 그래서 대학을 다시 들어가서 미술 치료를 전공했고, 아동 상담과 놀이 치료를 배우며 지금까지 왔네요.
제가 아이를 갖기 전부터 제 인생에서 가장 궁금했었던 건 ‘나 자신’이었어요. 나는 어린 시절을 왜 그렇게 보냈을까, 나는 왜 지금 이런 성인이 되었을까, 나는 왜 그런 부분들을 계속 풀어내려고 할까, 또 해결하고 싶어 할까, 나는 왜 배우자로서 이 사람을 선택했을까, 나는 왜 이 부분에서 이게 이렇게 힘들까,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 게 정말 궁금했어요. 기질 연구는 거기서부터 시작된 거죠.
아이를 갖기 전에 저는 미술 치료를 배우면서 받아보기도 했어요. 좋은 엄마로서의 경험들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내가 먼저 치유하고 배우면서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는지 그 작업을 했어요. 그래서 저에게는 아이를 배 속에 품었던 기간이 경력이 됐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첫째 아이가 뱃속에 있었던 10개월 내내 미술치료를 공부하고 받았어요.
김수경: 임신 기간도 경력이 되었다니, 인상적이네요. 미술과 상담 관련 일을 배우고 하시면서 ‘기질’을 핵심 콘텐츠로 계속 연구하고 개발하며 발달시켜온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최은정: 네 번의 어떤 터닝 포인트가 있었어요. 저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계속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나는 왜 이게 이렇게 고통스럽지? 나는 왜 이런 선택을 하고 있을까?’가 궁금했어요. 예를 들면 저희 가족이 굉장히 힘든 가정에서 살아왔는데 제가 가장 힘들었던 건 가족이 미워지지가 않는 것이었어요. 되게 미운데 미워해지지가 않고, 이해가 되고, 어떻게든 회복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이 부분이 너무 힘이 들었고, 내가 왜 그런 선택을 계속하고 있는지 굉장히 궁금했어요. 다행히 그 과정에서 신앙을 가지게 되었고, 심리적으로 독립하면서 대학생까지 잘 살아왔어요.
그러다 두 번째 터닝포인트를 만났죠. 남편을 만나니까 ‘이 사람은 도대체 왜 그럴까? 어떤 사람이지? 왜 이렇게 나랑 다르지?’하는 궁금증이 커졌어요. 내 문제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니까 남편과의 차이에서 어려움을 느꼈어요. ‘기본적인 결이 굉장히 다른 사람이 있구나. 그런데 이걸 어떻게 조화를 맞춰가야 될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리고 첫 아이를 낳은 것이 세 번째 터닝포인트였어요. 제가 배우고 생각했던 거와 다르게 사회적인 관계가 조금 빈약하기도 하고, 쉽게 불안해하기도 하는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얘가 왜 그러는 걸까?’ 궁금해졌어요. 거기서부터 더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죠. 그때 당시 제가 상담사였기 때문에 이미 기질에 대해서 아이들을 계속 관찰해 온 상황이었는데, 첫 아이 덕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그때가 첫 아이 세 살 쯤이었어요. 큰 아이가 세 살, 작은 아이가 그때 태어났어요. 네 번째 터닝포인트였죠. ‘이렇게 열심히 놀아주는데 왜 얘는 웃지 않을까? 얘는 왜 버리려고 하지 않지? 얘는 왜 자동차에만 꽂혀 있는 거지? 얘는 왜 미끄럼틀을 타지 않을까? 왜 첫째랑 이렇게 다를까?’ 새로운 질문들이 생겼어요. 둘째 아이를 육아하면서 ‘기질’에 대한 연구가 더 심화되었어요.
보통 아동상담사라면 아이를 특정 진단명이나 문제로 보기도 하는데요. 저는 저의 기질과 남편의 기질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 안에서 이 아이들을 관찰하다 보니까, ‘진단명이나 문제가 아니라 ‘특징’ 일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이 아이가 이렇게 선택하고 행동하는 데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지금 내가 뭔가를 잘 튜닝하지 못해서 그런 걸 거라고 생각하며 기질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하게 되었어요.
실제로 제가 해결해야 될 문제이기도 했고, 엄마로서는 ‘이 아이가 잘 클 수 있을까?’ 불안으로 다가오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때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을 다 녹음하고 녹화했었어요. 사실은 그게 막 즐거워서 했던 건 아니고요. ‘내가 여기에서 불안해지지 말아야지. 내가 이 아이와 함께할 때 영혼을 담아야지.’라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아요.
‘이 아이를 정말 잘 키워내야지.’라는 사명감이 있었어요. 퇴근 이후에는 녹음을 듣거나 녹화영상을 보면서 반성도 좀 하고, 잘한 건 나중에 애가 크면 ‘엄마가 너를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다. 너 엄마한테 효도해야 된다!’ 이거 알려줘야지 하며 했어요.
사실 저는 육아에서 ‘나의 의미’를 찾으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육아가 항상 효능감을 주는 건 아니잖아요. 막연히 불안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엄마에게도 아이를 키우는 의미가 있어야 같이 건강하게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잘 녹화해놓고 누가 도움받으러 오면 이 영상 보여줘야지. 이렇게 놀아주면 돼요 이렇게 놀아주면 망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날 망했어요.’하고 보여주며 알려줄 수 있었어요. 이런 것들이 굉장히 큰 육아 경력이 됐어요. 그 덕분에 양육 코칭도 하게 되고, 치료사이지만 조금 더 솔직하고 개방적인 상담자가 될 수 있었어요.
김수경: 저도 소장님께 양육 코칭을 받아봤지만, 상담사의 자기 개방이 사실 내담자나 교육을 듣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위로와 힘이 되거든요. 다른 엄마들은 다 잘 난 것 같고, 나만 부족한 것 같을 때가 있는데, 상담사나 교육자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도 그렇구나. 내가 이런 것은 당연한 거였네.’라며 되게 큰 용기가 되었어요. 큰 아이 세 살 때부터 기질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면, 14년 정도 되신 거네요.
최은정: 네, 맞아요. 그리고 제가 계속 상담실에서만 상담과 치료를 했던 게 아니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교육 기관에 가서 현장에서 치료를 하거나 교육을 중재하는 일을 또 오래 했어요. 현장에 가서 바로 문제를 분석하고 도와줘야 하잖아요. 기질의 유형을 억지로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니라 많은 아이들의 사례가 모여지면서 ‘이런 특징 군이 있구나.’하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었어요.
그때 이걸 많은 엄마들과 선생님이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아이에게 장애 진단명을 내리는 게 아니라 이런 기질은 이런 약점이 있는데 조금 잘 훈련시켜주거나 도와주지 않으면 이게 때로는 진짜 아이 인생의 발목을 잡게 되기도 하기 때문에 잘 알려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상담센터는 부모로서 넘기 힘든 문턱일 수 있거든요. 뭔가 문제가 있어서 가는 것 같고, 심판받으러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많은 엄마들과 교사들이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편하게 기질에 대해 알면 정말 다를 텐데’ 하는 마음으로 <육아 고민? 기질 육아가 답이다!> 책을 썼어요.
김수경: 소장님의 연구와 사례를 책으로 쓰고 나서 기질 육아에 대해 느끼시는 변화가 있을까요?
최은정: 많이 있죠. 많은 엄마들이 이미 책을 읽고 찾아오셔서 기질에 대한 관심과 적용이 빠르고 깊어지기도 했고요. 어쩌면 제 개인적인 인생의 경로가 조금 더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예전에는 아동 심리 치료사와 상담자의 역할이 저의 주된 일이자 경로였고, 그 안에 간간이 필요한 경우에 학교에 가서 강의를 하던 사람이었다면, 이 책 이후에는 기질에 대한 안내자와 강사로서의 커리어를 더 쌓게 되었어요. 이 부분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설명하고 교육해야 일이 많아졌거든요.
김수경: 소장님이 연구하고 개발해온 핵심 콘텐츠 ‘기질 육아’를 책으로 출간하고 나니 커리어가 상담사, 치료사에서 강사, 교육자로까지 더 확장되었네요. 육아 경험과 엄마 경력이 ‘기질 육아’를 더 깊이 연구하게 만들어 주었고, 그것이 책과 교육프로그램 등의 또 다른 콘텐츠로 확장되었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연구적 성향을 가진 엄마들에게 큰 인사이트를 주는 것 같아서 참 반가워요.
소장님이 자녀들로부터 커리어와 콘텐츠에 영향을 많이 받으셨는데, 자녀들은 이런 연구를 하고 가르치는 엄마 덕분에 어떤 영향을 받으며 자라고 있나요?
최은정: 우선은 제가 기질 교육을 할 때 우리 아이들은 옆에서 듣는 상황이 많아요. 특히 요즘처럼 온라인 시대가 되면서 더 그렇고요. 아이들이 엄마가 하는 일에 대해서 알고, 엄마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니, 우리 아이들의 사례를 드는 경우에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는지 아이들에게 자주 물어보는 편이고, 더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게 돼요.
그래서 저희 아이들은 ‘우리 엄마가 자녀로서 나보다 한 사람으로서 나 자체에 대해서 되게 호기심을 갖고 있구나.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걸 원하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되게 존중하는구나.’라는 걸 느끼게 돼요. 열심히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아이들이 알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영향인 것 같아요.
그리고 때로는 둘째 아이가 ‘엄마, 나 지속성이라 그래. 그러니까 더 이상 말하면 안 돼. 엄마가 아무리 말해도 안 되는 거 알지?’ 이렇게 얘기하기도 해요. 큰 아이도 ‘엄마, 난 억제성 기질인데 한 번 다시 검사해 볼까? 나 요즘 되게 억제가 심한데... 엄마 검사지를 다시 줘 봐.’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어쩌면 자신의 본질적인 기질에 대해서 다른 아이들보다는 조금 더 어렸을 때부터 노출이 되었기 때문에 자기를 이해하는 과정을 좀 더 일찍, 깊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수경: 엄마의 사명감과 재능, 커리어와 소명이 아이들의 진로와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엄마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받아 콘텐츠를 성장시켜 온 것처럼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밀레니얼 세대 엄마들이 육아도 잘하고 싶지만, 내 경력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두 마음 사이에서 갈등을 많이 하고 있어요. 육아와 일을 분리해서 보는 시선을 바꿔서 육아와 일을 연결해서 새로운 커리어, 더 나은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바람인데, 이런 엄마들에게 17년 차 선배 엄마로서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최은정: 저는 육아와 저의 일이 되게 밀접했기 때문에 다른 엄마들보다 제가 좀 더 쉬웠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엄마들에게는 육아와 일의 연결이 어려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자녀 양육과 일, 이 두 가지를 성취하려고 하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하는 건 인간의 본능적 욕구잖아요. 그런데 아이의 발달이나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는 게 엄마 인생의 성취 지점이나 목표가 되는 순간 같이 망하는 길이 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육아가 일이 되거든요. 육아가 완벽하게 해야 되는 일이 돼버린다는 것은 사실 정말 위험할 수 있어요.
저는 엄마들이 육아를 하면서 내가 근본적으로, 인간적으로 해결해야 되는 약점을 마주해보는 시간을 가진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자기만의 의미를 한번 찾아보시면 좋겠어요. 동시에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 따로 하시라고 얘기해 드리고 싶어요. 꼭 육아와 연결시키지 않아도 돼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엄마 자신의 욕구도 잘 챙겨 가면 좋겠어요. 하루 종일 같이 있다고 아이가 잘 크는 건 아니기 때문에 엄마 자신을 건강하게 잘 성장시키는 게 중요해요. 아이에게 한 번 더 영혼을 담아 웃어줄 수 있는 엄마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니까 ‘괜찮다. 괜찮다.’라는 시선을 가지고 스스로를 봐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