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국제구호단체 사무국장 & 우주엄마와 나눈 일과 육아 이야기
구호단체 코인트리 사무국장, 김경미
엄마 경력 3년차
김경미 선생님은 2020년, 달빛책방에서 처음 뵈었습니다. 꽃거지 한영준 대표님의 아내로 온라인 상에서 알게 되었는데요. 영준 대표님도 넘 멋지지만, 그와 함께 오랜 시간 함께 사랑과 일을 지속해온 아내이자 엄마인 경미 선생님의 삶에 대한 존경과 관심이 깊어졌습니다.
멕시코에서 이른 아침에 인터뷰에 응해주셨는데,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엄마의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가 참 달콤하고 따뜻했습니다.
김수경: 경미선생님, 반갑습니다.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경미: 저는 100원의 기적을 만드는 비영리 국제구호단체 코인트리의 사무국장으로 있는 김경미입니다. 코인트리 대표 꽃거지 한영준의 아내이고요. 한우주의 엄마예요. 현재 멕시코 사랑꽃 병원 프로젝트를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김수경: 다른 나라에 있다가 멕시코에 계시는데, 멕시코에는 언제 가셨어요?
김경미: 멕시코는 온지 거의 4년 정도 되어 가네요. 2014년부터는 볼리비아에서 한 3년 6개월 정도 지내다가 거기서 ‘희망꽃 학교 프로젝트’를 마치고 현지 선생님들께 인수인계를 하고 지금은 멕시코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김수경: 그렇군요. 선생님이 엄마로 산 시간을 경력으로 따진다면, 몇 년 차이시죠?
김경미: 우주가 2020년 4월에 태어났어요. 엄마 경력으로는 3년 차네요.
김수경: 엄마가 된 이후에도 하던 일을 계속 이어서 하고 계시는데요. 엄마가 된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인지 궁금합니다.
김경미: 네, 맞아요. 일단 엄마가 된 뒤에 가장 달라진 점은 밤샘 근무가 많아졌다는 거예요. 아이 재우고 일할 때가 많거든요.
그리고 두 번째는 좋은 점인데, 주변을 조금 더 많이 이해하게 된 거죠. 인내심이 더 많아졌고요. 예전에는 그냥 예쁘던 아이들이 임신부터 출산과 육아를 겪어보니 아이들의 성장 하나하나가 너무 신기하고 소중하게 느껴져요.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조금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나 부모님들과 그 상황을 보면, 전보다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많아요.
마지막 한 가지는 책임감이 많아진 거예요. 한 아이의 엄마이고 부모로서 우리 부부가 더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생각해요. 특히 저희는 주변에 가족이나 친척이 없는 특수한 환경이다 보니, 세 가족의 결속력이 더 중요해요. 중요한 상황을 서로 의지할 데가 남편뿐이라 건강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졌어요.
김수경: 그렇군요. 선생님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아들 우주에게 단 한 마디를 남길 수 있다면 어떤 말 가장 하고 싶으세요?
김경미: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라' 말해줄 것 같아요.
저는 그래요. ‘내가 행복해야 내 행복을 나눌 수 있다’라고 믿어요. 우주의 행복이 우선이 되어야 주변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리고 그런 좋은 울림과 영향이 다른 사람들 그리고 주변으로 모일 거라 생각해요. 이렇게 나누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라’는 말을 가장 남기고 싶어요.
김수경: 우주가 살았으면 하는 삶의 모습이 선생님 부부가 하시는 일과 삶의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지네요.
김경미: 네, 맞아요. 좀 비슷한 것 같아요. 우주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좋겠다는 말이 이런 비영리 단체에서 꼭 일해라는 뜻은 아니고요.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 본인의 것을 나누며 지내는 아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인터뷰 준비하면서 일에 대해서, 저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만약에 육아로 인해서 혹은 어떤 어려운 일로 인해서 이 일을 그만두게 된다고 해도 결국에는 내가 가는 방향은 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주가 어떤 직업을 갖든 결국에 그 방향성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향성과 비슷하지 않을까 해요.
김수경: 선생님 부부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아이에게도 그렇게 살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게 되는 것 같아요. 모든 부모들이 자신들이 정말 원하는 삶을 살고, 아이들에게도 원하는 삶을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지금 계신 멕시코도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출산과 육아 이후에 경력이 이어지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요. 경미 선생님에게는 ‘일하는 엄마’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김경미: 저는 출산하고 한 3개월 정도 쉬었어요. 3개월 후에 바로 본격적으로 일에 복귀했어요. 사실은 3개월 동안 몸조리하며 아이만 본 건 아니고요. 일의 특성상 그 때 그 때 계속 필요한 것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우주 낳고 3주 됐을 때부터 회의 다니고, 가정 방문하고 그랬어요.
일단 저한테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것의 의미는 첫 번째가 ‘감사함’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소장님처럼 ‘내가 아이를 낳으면 일을 그만 둬야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주변에 육아를 도와줄 인력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출산과 육아의 과정에서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가장 먼저 감사함인 것 같아요. 일이라는 것은 저희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것인데, 게다가 이 일이 따뜻하고 또 가치 있는 일이라서 그 감사함에서 더 열심히 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수경: 아이를 낳고서도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선생님에게 굉장히 큰 감사로 느껴지시는 군요. 선생님의 커리어는 어떤 직장에 소속된 일이라기보다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보여요. 그렇게 부부가 함께 자기의 길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인데요. 선생님처럼 자신의 일을 만들어가는 엄마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김경미: 소장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저도 ‘육아도 경력이다’는 말에 굉장히 동의해요. 육아의 과정에 있어서 그 아이의 교육자 그리고 보호자로서 새로운 경력이 시작되는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소위 경력이 단절되었다고 말하는 경우에는 새로운 경력이 시작되는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잖아요. 스스로 아이와 자신이 자라는 그 과정을 지켜보고 이끌고 또 밀어주면서 엄마도 아이와 같이 성장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일의 경력이 줄어서 너무 힘들고 우울하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 아이가 크고 있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이도 성장하고 내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축복이라는 생각하면 좋겠어요.
김수경: 진짜 맞아요. ‘엄마가 된 것이 엄청난 축복이다’라는 걸 되게 나중에 알았어요. 좋기는 한데 축복까지는 아니었거든요. 근데 이 일을 하면서 ‘엄마로 살 수 있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많은 엄마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됐어요.
김수경: 선생님 또한 커리어 패스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계신데, 그렇게 해나갈 수 있는 동력이나 동기는 어디에 있을까요?
김경미: 가장 큰 동력은 남편이에요. 만난 지는 거의 10년이 넘었고요. 2014년부터 여행을 하면서 같이 지내기 시작했어요. 결혼은 학교 프로젝트가 끝나면 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다가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더 많은 책임감이 필요해서 중간에 이제 한국에 잠깐 와가지고 한 달 동안 이렇게 빨리 준비를 해가지고 결혼을 했어요.
김수경: 거의 10년 넘는 시간 그렇게 사랑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김경미: 저희 부부는 서로를 위한 마음과 행동을 최우선 순위에 둬요. 남편이 매일 투두리스트to-do-list를 적는데, 항상 1번은 ‘김경미에게 행복한 일 하나 하기’예요.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꾸준히 이렇게 해주는 것이 참 감사하고 덕분에 저도 조금 더 남편에게 사랑을 주고 잘 지내려고 노력해요.
저희는 일도 같이 하니까 거의 24시간을 같이 붙어 있는 편인데, 우주를 낳고 나서부터는 업무적인 이야기에 우리 가족의 미래, 꿈,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있어요. 일 마치고 항상 저녁 시간을 아이와 셋이서 보내다보니 전우애 같은 것도 생겨서 아이가 없을 때보다 더 큰 재미와 기쁨을 공유하게 되었어요.
김수경: 두 분이 서로를 위해 늘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는 점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제시하는 <엄마의 워라밸> 중에도 ‘부부관계’가 중요한 하나의 요소로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행복한 부부관계는 행복한 육아의 필수 조건이죠.
김경미: 맞아요. 아이에 따라서 저희가 움직인다기보다는 우리 가족의 문화에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육아하다가 서로 부딪히는 부분이 있거나 다툼이 생길 것 같으면 그 전에 조정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우주에게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으니 그렇게 해줘요.” 이런 식으로 미리 요청을 해서 큰 싸움이 되지 않도록 해요.
김수경: 선생님이 일과 육아 균형을 맞춰가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경미: 저는 일단 워라밸은 못 맞추고 있는 것 같아요. 일과 프로젝트를 현장에서 진행을 하다 보니까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일단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갑작스럽게 사고나 사건에 노출될 그런 확률이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이런 부분들이 평일 주말 밤낮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이 일을 하면서 외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럴 때면 마음이 더 많이 쓰이고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고 또 어떻게 도울까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삶과 일이 많이 섞여 있는 그런 상태예요.
또 만나는 사람들이나 지인들도 대부분 프로젝트 관련 사람들이 많아서 육아와 삶의 균형을 맞추며 산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 부부가 가장 노력하는 부분은 ‘오후 5시가 되면 해지기 전까지 무조건 우주랑 밖에 나가서 놀자’라는 우리 가족의 규칙을 지키는 거예요.
이렇게 지내다 보니까 그 시간에는 중요한 미팅이나 약속을 잡지 않고, 급한 일이 있어도 잠깐 멈추기도 하고요. 나중에 우주 자고 다시 책상에 앉는 일이 있어도, 그때는 좀 멈춰서 우주랑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면 우주가 성장하는 과정을 눈에 담을 수 있고, 그래야 나중에 조금 덜 후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그렇게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부모로서 모든 것을 100% 잘해주고 싶지만 어떤 부모도 완벽하게 해줄 수는 없잖아요. 그중에 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꼭 규칙처럼 지켜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노력들이 우주에게 안정적인 루틴으로 인식되고, 엄마가 꼭 하루 종일 붙어 있지 않아도 안정감 있는 마음으로 자라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는 일은 사실 일과 삶을 철저하게 분리할 수가 없잖아요. 직장에 소속되어서 아홉시부터 여섯시까지 일하고 그 공간을 뜨면 일을 잊어버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워라밸을 맞춘다고 생각하면 너무 힘든 것 같고, 일과 삶이 통합되고 일치가 되어 있는 삶이라고 생각을 하면 뭔가 좀 균형을 맞추어 가게 되는 것 같아요.
김수경: 일과 삶의 통합과 일치에 대한 의견에 정말 공감해요. 행복한 커리어 메이킹 맘이 되기 위해서 1차적으로는 <엄마의 워라밸>을 점검하게 하지만, 결국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일과 삶의 통합과 일치라고 생각해요. 나를 중심에 두고 일도 삶도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애쓰지 않아도 자유하고, 지금 당장 행복을 느낄 수 있지요.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비영리 구호단체의 사무국장으로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계신 경미 선생님의 모든 발걸음이 정말 귀하네요. 시차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