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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밝음 Feb 21. 2022

잘해주지 못한 것만 가슴에 남아

얼마 전 친정에 갔을 때 엄마가 대학원 등록금이 얼마냐고 물었다.


"왜?"

"이번에 엄마가 한 번 내주려고."

"왜 갑자기?"

"그냥~ 얼만데?"

"장학금 받을지도 모르니 고지서 나오면 얘기합시다ㅎㅎ"


기다림이 무색하게 장학 금액 란에는 0원이 찍혀 있었다.


기대했던 장학금은 김칫국이었고ㅎㅎ 고지서를 캡처해서 톡방에 올리니 바로 전화가 온다.


"뭐 이렇게 비싸? 해봐야 한 이 백 할 줄 알았더니만."

"아이고 나 십 년 전 대학 다닐 때도 이백은 넘었는데 무슨 소리셔~ 되는 데까지 보태줘요ㅋㅋ"

"에이 그래도 뱉은 말이 있으니 끝자리까지 맞춰 보내준다!"


그러고는 천 원 단위까지 꼭 맞춰 들어온 돈.




대학에 입학한 해가 2005년이니까 벌써 십오 년도 더 되었다. 신입생 첫 학기 등록금은 입학금을 포함하여 190만 원이었다. 이후 몇 번은 장학금으로, 나머지는 과외로 학비를 해결했기에 부모님이 등록금을 내주신 건 첫 학기뿐이었다. 당시 졸업한 고등학교에서 받은 장학금이 100만 원이었으니, 부모님은 90만 원으로 딸내미 대학을 졸업시킨 셈이다.


천 원 단위 절사가 국룰이었는데 이번은 예외였다.


통장 내역을 보고 보내주신 돈 잘 받았다고 전화를 하니 학교 때 뒷바라지 못 해준 거 이제야 해준다고 하신다. 졸업한 지 10년도 더 되었는데 그게 아직도 당신들 마음에 맺혀 있던 것이다. 이제는 등록금 걱정 없이 공부하고 있는 걸 알면서도.


해주지 못한 것만 기억에 남아 뒤늦게라도, 이렇게라도 챙겨주고 싶은 부모의 그 심정이 어떤 것인지, 나도 엄마가 되고 보니 너무나 절절히 느껴져 한참을 먹먹해했다.


이번 학기 등록금 3,032,000원.

한 푼도 아깝지 않게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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