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를 기르다 보면 내 속 깊숙이 자리 잡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상처는 의외로 작고 얕아서 쓱 지나치기 쉬운 것일지도 모른다. 너무 작아서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지나쳤거나,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덮어놓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처의 크기가 작다고 하여 절로 치유가 되는 것은 아님을 이제는 안다. 누구도 바라보지 않고 관심 가지지 않는 내면의 상처는, 그 크기와는 무관하게, 치유되지 못한 채로 그 자리에 그렇게 남는 것이다.
2.
어릴 땐 상처가 나면 물 한 방울 닿을까, 손끝 한 번 스칠까 무서워 잽싸게 약 바르고 대일밴드로 꽁꽁 싸맸다. 내가 이러고 있으면 옆에 있던 엄마는
"상처는 바람도 쏘이고 공기도 통하게 해야 빨리 낫는 거다" 라며 내게 말하곤 했다.
엄마의 그 말을 이제는 알겠다.
몸에 난 상처도, 마음에 난 상처도 꽁꽁 싸매어 두는 건 회복을 더디게 할 뿐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순간이 두려울지라도, 진짜 치유의 시작은 내어놓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