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처음 유치원에 가던 날

by 박밝음


어제, 노랑이가 유치원에 입학했다.


며칠 전부터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이제 다 컸으니 유치원에 갈 거라고 그렇게 말하더니 막상 가려니 덜컥 겁이 났었나 보다. 집을 나설 시간이 되자 엄마도 같이 들어가냐고 묻길래 문 앞에서 기다린다고 하니 계속 무섭다는 말을 반복한다.


"슈퍼 파워 킨더를 먹으면 마음속에 용기가 꽉 찰 거야!!"라고 꼬셔서 초콜릿 하나 먹이고 집을 나섰다.


유치원까지 걸어가는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무섭다고 하다가 씩씩하게 잘 갈 거라고 하다가 한 번 안아주면 잘 갈 수 있다고 하다가 또 무섭다고 하기를 반복. 나름으로는 오만 생각이 다 들었나 보다. 씩씩하게 가고도 싶은데 겁이 나는 건 또 어쩔 수 없는 그런 마음이었겠지ㅎㅎ


결국 입구에 들어서며 울음이 터졌다. 지체해봐야 울음이 더 길어질 뿐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어보니 떼어놓기가 쉽지 않았다. 온갖 장난감, 과자를 들먹이며 설득해보려 해도 대답은 집에 가고 싶다는 말뿐.


"다른 친구들 봐봐, 씩씩하게 잘 들어가잖아."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아이의 불안은 오롯이 아이의 것이거늘. 돌아서면 후회할 말들이 육아의 현장에선 손 쓸 새 없이 참 쉽게도 튀어나온다.


교장 선생님이 오셔서 얘기하자 그 말은 들어야 될 것 같았는지 그제야 선생님 손을 잡고 너덧 발 걸어 들어간다. 그러더니 한 번 더 울음 터짐ㅎㅎㅎ




우는 소리를 뒤로 하고 돌아서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든다. 노랑이가 보기와는 달리 본래 좀 여리긴 하지, 어린이집 선생님과 이별을 온전히 받아들이긴 아직은 힘든 건가, 매일 아빠랑 등원하다가 엄마가 함께 오니 더 떨어지기 싫었나 등등...


정확한 마음이야 알 길이 없겠으나 어쨌든 이후부터의 감정은 아이의 몫. 내가 할 수 있는 건 자주 이야기 나누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겠지. 그래도 마치고선 "들어갈 때는 무서웠는데 들어가고 나서는 재미있었어"라고 말해주어 약간은 걱정을 덜었다.


오후에 출근하여 동료 선생님들께 이야기했더니, 그래도 초반부터 우는 애들은 며칠 확 울고 나서 금방 적응한다는 위로(!)의 말도 들었다. 덕분에 조금 더 가벼워진 마음.




그리고 오늘, 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등원할 우리 반 아이들을 온 마음으로 따뜻하게 맞아 주어야겠다고 한 번 더 다짐해 본다. 노랑이도 새싹반 아이들도, 잘해보자 우리!



+) 오늘은 등원 길 내내 울긴 했으나 자기 발로 걸어갔고, 유치원 입구에선 격하게 환대해주시는 선생님들 덕에 홀린 듯 들어갔다고 합니다ㅋㅋㅋ 조금씩 천천히 자라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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