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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밝음 Oct 24. 2022

유치원에도 교육과정이 있나요?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 중 하나는 ‘유치원에서는 (도대체) 뭘 배우나요?’입니다. 특히 놀이 중심이니, 유아 주도니 하는 말들을 여기저기서 듣다 보면, 말 그대로 아이들 마음대로 놀기만 하다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도 생기고요.


유치원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에 있어 많은 차이가 있기도 하고, 특히 공립유치원의 경우에는 ‘자리에 앉아 학습지를 펴고 정답을 적는 방식의 활동’이 거의 없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유치원에도 국가 수준의 공통 교육과정이 존재합니다. ‘국가 수준’이라는 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주체가 되어 제정하고 공포하는 교육과정이라는 의미입니다. 유치원 교육과정이라고 칭하기는 했지만 사실 정식 명칭은 ‘누리과정’인데요, 유치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에 다니는 5~7세 유아에게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유치원’이라는 이름 대신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포괄하여 ‘누리과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지요.      



앞서 유치원 교육과정이 상위 학교에서와 동일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초등 이후와는 다른 유아기 발달 특성을 고려하여 차이를 둔 부분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볼까요?      




1. 초중고 교육과정에는 ‘교과목’이 있지만, 유치원 교육과정에는 ‘영역’이 있어요.


초등학교 이상 교육과정에는 배워야 할 내용들이 교과목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유치원 교육과정에서는 ‘교과목’이라는 용어가 아닌 ‘영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신체운동ㆍ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 이렇게 5개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이 5개 영역을 우리가 잘 아는 일반 교과목과 연결시켜 본다면 대략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을 겁니다.     


1) 신체운동.건강 영역: 체육, 보건

2) 의사소통 영역: 국어, 문학

3) 사회관계 영역: 사회, 도덕

4) 예술경험 영역: 음악, 미술

5) 자연탐구 영역: 수학, 과학, 환경     


영역으로 구분되진 않았지만 유치원을 비롯해 일상 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여러 가지 행동 양식들, 즉 ‘기본생활습관’을 배우고 익히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제시간에 등원하기부터 시작해서 식습관이나 배변 관련 문제들이 기본생활습관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어요.   


  

2) 초중고 교육과정에는 교과서와 수업 시수가 있지만, 유치원 교육과정에는 없어요.


초등학교부터는 과목별 교과서가 있고 교과서의 내용을 주당 수업시수에 따라 배워가지요. 그런데 유치원은 1일 4-5시간을 기준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한다는 기준만 있을 뿐, 각 영역별 시수를 어떻게, 얼마나 배분하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아요.


또한 하나의 활동 속에서 여러 영역의 학습이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해요. 특히 의사소통, 사회관계 영역은 교실에서 생활하는 모든 시간 동안 배우고 익히는 과정입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갈등을 해결하며 상호작용을 이어가니까요.

   

참고로, 대부분의 유치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를 교육과정으로, 1시부터 4시까지를 방과후과정 시간으로 운영합니다. 영어, 음악, 체육 등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특별활동은 교육과정 중에 이루어질 수 없으며, 따라서 방과후과정 시간에 편성되어 활동이 이루어져요.


        

3) 초중고 교육과정에는 학년의 구분이 있지만, 유치원 교육과정에는 학년 및 연령 구분이 없어요.


초등학교부터는 같은 학년이면 같은 분량과 수준의 학습 진도를 따라가도록 교육과정이 설계되어 있는데요, 유치원 교육과정은 학년 및 연령별 구분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유아기는 발달의 개인차가 두드러지는 시기로, 이러한 개인차를 인정하고 존중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아는 자신의 발달 수준에 맞추어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내용을 배우고 익히게 되는 것이지요.





제가 유치원 현장에 오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유치원 교육과정 안에 유아기 아이들이 배워야 할 모든 것이 다 담겨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에서 34주간 1위를 차지하고 전 세계 103개국에서 출간된 스테디셀러의 제목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너무나도 정확하게 맞는 말이었어요.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교육과정을 설계한 사람은 국내 최고의 유아교육 및 아동발달 이론 전문가, 그리고 다년간의 유치원 교육 현장 경험을 쌓은 현장 전문가들입니다. 유아기 아이들이 건강하고 자주적인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분들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는 유치원 교육과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유치원에서 무얼 배우는지 알 수가 없다는 서두의 이야기 역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유아기 아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잘못된 방식의 교육을 지속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고요.


저는 유치원 교육과정을 이루는 세 개의 축이 교사, 유아, 그리고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유아기 특성상 아무리 좋은 교육 활동일지라도 가정과 연계해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에 이제부터는 학부모의 관점에서 유치원 교육과정을 쉽고 친절하게 풀어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에 두고 있다면 제대로 된 유아기 공부가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이고, 어떠한 방식으로 배움에 접근해야 하며, 제대로 첫공부를 시작하는 방법 수 있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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