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아이들이 지식을 접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성인에 의해 가공된 형태로 주어지는 지식이고 두 번째는 유아 스스로 접하는 날것 형태의 지식입니다.
부모님의 판단과 선택으로 접하게 되는 지식의 대부분은 전자, 즉 전형적이고 형식적인 형태이지요. 학습지나 학습용 교재 및 교구를 활용한 학습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때의 학습은 대부분 목표가 있습니다.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라거나 영어학원의 레벨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 혹은 수학 진도를 몇 학년 과정까지 끝내는 것이 되기도 합니다. 대체로 인지적 학습 부분에 치우쳐 있는 것, 그리고 단기간 내에 빠르게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놀이 속에서, 그리고 경험 속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배움을 이어 가기도 합니다. 이때 배움이란 정형화되지 않고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지식을 익히는 것이고요. 따라서 특정한 목표를 지니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아이들의 놀이를 ‘학습’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생각하고 일상적인 배움의 중요성을 간과하며, 유치원에서는 딱히 배우는 게 없다고 느끼는 것 역시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해 보이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놀이를 중심으로 하는 유치원 교육과정에도 분명한 교육목표가 존재합니다. 이 목표는 특정 영역에 치우쳐 있지 않으며, 단기간에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조화롭게 발달하고 성장하도록 하겠다는 궁극적인 목적에 따라 설정되었기 때문이지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아기 교육의 목표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자신의 소중함을 알고,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 습관을 기르도록 합니다.
유아기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느끼고 이를 조절하기 시작해요. 따라서 우리는 아이들이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신의 몸을 마음껏 움직여보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 또한 필요하고요. 이를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둘째,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기초능력을 기르도록 합니다.
유아기 아이들은 이전까지 도움을 받아 해결했던 일들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능력이 급격히 성장합니다. 신발 신기, 옷 입기, 밥 먹기 등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놀이를 스스로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놀잇감을 비롯해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는 것까지 일련의 과정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또한 자신의 생각이나 요구를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며 주어진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가지고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자주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셋째, 호기심과 탐구심을 가지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르도록 합니다.
아이들은 그야말로 어른들이 생각지도 못한 것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며 독특한 상상을 합니다. 이러한 상상력은 창의성과 독창성의 밑바탕이 되고, 이후 학업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지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요. 따라서 이 시기에 주변 환경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새로운 일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이를 통해 창의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넷째,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문화적 감수성을 기르도록 합니다.
아이들은 작은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끼고 이를 즐길 수 있는 감성을 지닌 존재이지요.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자연과 문화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고 이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또한 아름다운 것을 보고 이를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며 문화적 공감을 이끌어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알려주어야 하고요. 이를 통해 감성이 풍부한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다섯째, 사람과 자연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소통하는 태도를 기르도록 합니다.
유아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공부를 크게 두 축으로 나눈다면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조절’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특히 갈등 상황 속에서 이를 원만한 방식으로 해결해가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또한, 타인과 도움을 주고 받으며 서로 배려하고 소통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 역시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자연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기르는 것도 중요하고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타인과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지금까지 유치원 교육과정의 목표를 하나씩 살펴보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아이의 처음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아이들이 올바른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을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