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느린 아이, 감정이 느린 엄마

10장 8월의 기대와 현실

by 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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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면 트일 거라던 그 말

"8월쯤이면 언어가 트일 것 같아요."

몇 달 전 언어센터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었다.

그때 나는 은근히 기대했다. '8월이면 율이가 갑자기 말을 쏟아낼까?' '하루아침에 문장으로 대화할 수 있을까?'

달력에 8월을 표시해두고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7월이 지나가고 있다. 8월을 앞둔 지금.

아직 극적인 변화는 없다. 갑자기 말이 늘어나지도,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변화는 있다.

"할무~"라고 외할머니를 부르고, "엄마 안녕~"이라고 인사하고, 친구들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되돌아보는 우리의 시간

첫 번째 이야기를 썼을 때가 기억난다. '말이 느린 아이, 감정이 느린 엄마'

그때의 나는 조급했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율이의 느린 속도가 답답했다.

언어센터를 오가고, 극세사 이불을 고집하는 율이를 보고, 공룡에서 코끼리로 바뀌는 관심사를 따라가고,

여자친구들 덕분에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주세요라는 말을 거부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외할머니를 "할무~"라고 부르는 순간을 목격하고, 워킹맘으로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깨닫고, 물놀이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배웠다. 느린 게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율이는 이미 충분히 완벽했다는 걸.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율이는 이제 친구들의 이름을 기억한다.

서은이와 민솔이를 떠올리며 환하게 웃는다. 외할머니를 "할무~"라고 부르며 손을 꼭 잡는다.

소통하려는 의지가 생겼고, 자연스럽게 요청하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시키는 말은 거부하고, 자기만의 고집을 꺾지 않는다.

관심 있는 것에 대한 뜨거운 열정도 그대로다.

변한 것도 있고 변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모든 게 율이답다.

가장 많이 변한 건 아마 내 마음일 것이다.

"언제 트일까?"에서 "지금도 충분해"로.

"다른 아이들은..."에서 "우리 율이는..."으로.

"빨리 말했으면..."에서 "율이 속도대로..."로.


8월을 앞둔 현실

8월을 앞둔 지금, 극적인 변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율이는 율이만의 속도로 조금씩, 천천히 자라고 있으니까.

최근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율이가 많이 늘었어요. 표현하려는 의지가 강해졌고, 소통하려는 마음이 생겼어요."

8월에 터지지 않았어도 분명히 자라고 있다는 뜻이었다.

돌이켜보니 이 모든 시간이 소중했다.

느렸기 때문에 더 오래 율이의 작은 변화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조급해하지 않았다면 놓쳤을지도 모를 작은 성장들을.


앞으로의 시간

언젠가는 트일 것이다. 8월일 수도, 9월일 수도, 내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가 언제든 상관없다.

지금 이 순간의 율이도 충분히 사랑스럽고 소중하니까.

율이는 말이 느리다. 하지만 사랑은 빠르다.

"엄마!"라고 부르며 달려올 때, "할무~"라고 부르며 손을 잡을 때, 친구들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때.

그 모든 순간에 사랑이 가득하다.

오늘도 율이는 말한다.

"엄마 일하고 올게~" "엄마 안녕~"

이 짧은 대화 속에 우리의 모든 사랑이 담겨 있다.

8월에 트이지 않아도 괜찮다. 9월에, 10월에, 언젠가.

그날이 올 때까지 지금처럼 함께 걸어가면 된다.

말이 느린 아이와 감정이 느린 엄마가 서로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꾸준히.

그리고 그 시간들이 가장 아름답다는 걸 이제는 안다.

율이야, 고마워. 너 덕분에 엄마도 많이 자랐어.

앞으로도 함께 우리만의 속도로 걸어가자.

언제까지나.

#육아 #워킹맘 #30대 #INTP #감정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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