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아기수달 율이
율이는 물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창원 근처에 있는 키즈풀은 거의 다 가봤다.
창원 블루델피노, 키즈풀라운지, 하하풀링, 풀라풀라 등등
지도에 표시해두면 율이가 다닌 물놀이 장소가 촘촘히 찍혀 있을 것이다.
각각의 장소마다 율이만의 특별한 기억이 있다.
여름이 되면 우리 집 주말 계획은 정해져 있다.
"이번 주는 어디 갈까?"
율이는 대답하지 못하지만 눈빛으로 말한다. '물놀이 가고 싶어!'
거의 매주 어딘가의 풀장을 찾아다녔다.
가족 여행을 갈 때도 숙소를 정하는 기준이 있다. 풀장이 있는 곳.
펜션이든 리조트든 수영장이 없으면 후보에서 제외된다.
물놀이를 못 가는 날이면 율이만의 의사표현이 있다.
파란색 구명조끼를 입는다.
파란색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율이야, 우리집 물놀이 안 가?"
"응..."
슬픈 목소리로 대답한다.
물놀이 안 간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물놀이 가는 날이면 율이의 텐션이 확연히 다르다.
구명조끼를 챙기고, 물놀이 장난감을 가방에 넣고, 수영복을 확인한다.
말로는 "물놀이 가자!"라고 완전한 문장을 못 하지만 행동으로는 완벽하게 준비한다.
물에 들어간 율이는 완전히 다르다.
평소 말이 느린 아이가 물속에서는 자유롭다.
"물! 좋아!" "더! 더!" "안 나가!"
물에 대해서만큼은 표현이 확실하다.
구명조끼를 입고도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우리 율이는 아기수달 같아."
물놀이하는 모습을 보며 자주 하는 말이다.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물속에서 노는 걸 좋아하고, 물에서 나오기 싫어하는 모습이 꼭 아기수달 같다.
하지만 율이는 반박한다.
"아기수달 같네."
"아니야! 스피노!"
율이는 자신을 스피노사우루스라고 주장한다.
물고기를 잡아먹는 공룡, 물을 좋아하는 공룡.
아기수달보다는 스피노사우루스가 더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름이 아니어도 율이의 물 사랑은 계속된다.
목욕할 때도 오래 있고 싶어하고, 빗물 웅덩이를 보면 들어가려 한다.
분수대 앞에서는 물줄기를 만지려고 한다.
365일 내내 물과 친하고 싶어하는 아이다.
요즘은 율이도 물놀이 계획에 참여한다.
여러 장소 사진을 보여주며 "어디 갈까?"라고 물으면
손으로 가리킨다. 가고 싶은 곳을.
말로는 설명 못 해도 선택은 확실하게 한다.
구명조끼만 입으면 율이는 이미 물놀이 모드다.
집 안에서도 구명조끼를 입고 수영하는 흉내를 낸다.
"첨벙첨벙!" 효과음까지 넣으면서.
율이가 커서도 물을 좋아할지 궁금하다.
수영선수가 될까? 잠수사가 될까? 아니면 스피노사우루스를 연구하는 고생물학자가 될까?
무엇이 되든 물과 함께하는 삶일 것 같다.
오늘도 율이는 구명조끼를 바라본다.
"물놀이 가고 싶어?"
고개를 끄덕인다.
"주말에 가자."
환하게 웃는다.
물놀이 약속만으로도 율이의 하루가 밝아진다.
물놀이를 정복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우리 집 아기수달, 아니 스피노사우루스 율이.
오늘도 물에 대한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그 모습이 자유롭고 행복해서 나도 덩달아 웃게 된다.
물과 함께하는 율이의 여름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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