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언어센터 가는 날
"율이야, 선생님 보러가자. 엄마랑 택시타고 슝~가자!" 택시를 부르고 가방을 챙긴다.
주 2회, 수요일과 금요일. 수요일은 내가, 금요일은 아빠가 데리고 간다.
오늘은 감각통합치료 1시간, 언어치료 1시간. 총 2시간의 긴 여정이다.
택시 안에서 율이가 말한다. "공룡 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골라서 한다.
발달센터에 도착하니 여러 아이들이 각자의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감각통합치료실에서 나온 아이는 온몸에 땀을 흘리며 엄마 품에 안긴다.
언어치료실 앞에서는 한 아이가 카드를 들고 단어를 연습한다.
놀이치료실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엄마들은 서로 말을 섞지 않는다. 각자 핸드폰을 보거나 아이를 조용히 지켜본다.
나도 그 침묵에 동참한다.
율이 차례가 되어 치료실로 들어간다. 나는 유리창 너머로 지켜본다.
큰 공 위에서 균형 잡기, 트램펄린에서 뛰기, 촉감 놀이하기.
율이가 신나게 웃으며 활동한다. "선생님! 더~!" 하고 싶은 말은 확실히 표현한다.
감통이 끝나고 언어치료실로 이동한다.
"율이야, 이거 뭐야?" 선생님이 동물 그림을 보여준다.
율이는 대답하지 않고 다른 카드를 만진다.
"공룡!" 자기가 좋아하는 카드를 발견하자 신나게 외친다.
선생님이 "공룡이네, 공룡 좋아해?" 하고 맞장구쳐준다.
율이는 "좋아! 공룡!"하며 대답한다.
대기하며 다른 치료실 앞을 지나간다.
언어치료실에서 나온 한 아이는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를 정확히 말한다.
놀이치료실의 한 아이는 엄마 손을 꼭 잡고 조용히 걷는다.
감통치료실의 한 아이는 "다음에 또 올 거예요"라고 인사한다.
모두 각자의 이유로,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다니고 있다.
율이는 시키는 말을 잘 안 한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라고 하면 어린이집에서 배운대로 배꼽인사를 한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라고 하면 그냥 웃기만 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확실하다. "엄마!", "아빠!", "공룡!", "가~!" "안돼~", "줘~", "맘마~"
특히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새~ 풀~" (새 풀어줘) "냠냠!" (맛있어) 같은 표현을 확실하게 한다.
"율이는 어른이 시키는 말보다 자발적인 표현을 더 잘해요."
"맞아요. 억지로 시키면 더 안 해요."
"놀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율이의 특성이 더 명확해진다.
"율이야, 오늘 뭐 했어?"
"공룡! 트램펄린!" 율이가 신나게 말한다.
"재밌었어?"
"응! 좋아!"
하고 싶은 말은 확실히 한다. 율이의 말에 귀 기울일때마다
율이는 더 신나서 재잘재잘 자기만의 언어로 이야기 한다.
발달센터에서 엄마들은 서로 말을 안 한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각자의 고민이 있고,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걸 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는 묵시적 공감대가 있다.
나도 그 침묵이 편하다. 설명하고 비교할 필요가 없어서.
요즘 깨닫는 건, 율이는 억지로 가르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놀면서, 즐기면서, 자기가 원할 때 표현한다.
"공룡 좋아!"라고 말할 때의 율이 표정이 "안녕하세요"를 강요당할 때보다 훨씬 생생하고 진짜다.
어른들은 정해진 말을 원한다. 인사, 감사, 요청의 정확한 표현.
하지만 율이에게는 "엄마!"라고 부르는 것도, "공룡!"이라고 외치는 것도, "안돼~"라고 거부하는 것도 모두 소중한 의사소통이다.
발달센터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모든 아이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율이는 시키는 말은 안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확실히 한다.
그리고 그 "하고 싶은 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오늘도 택시에서 율이가 말했다. "엄마 아빠차야!"
시키지 않은 말이었다. 율이가 하고 싶어서 한 말이었다.
그래서 더 진심으로 들렸다.
율이도 자기만의 속도로, 한 뼘씩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