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무색하다. 오래 쉰 것인지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인지 확실치 않다. 고작 세 개의 글을 쓰고 ‘오래 쉬었다’라는 뻔뻔한 변명을 해 본다.
다시 돌아온 이유는 글을 쓰고 싶어서이다. 뭐라도 쓰고 싶었다. 써야만 할 것 같았다. 쓰고 싶은 글은 많지만 공개하고픈 글은 아직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넋두리. 고작 비겁하게 푸념을 해 본다. 일기는 일기장에 쓰는 것이 맞지만, 그저 말하고 싶었다. 세상 앞에 일기를 내보이고 싶었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그간 많은 것들이 변했다. 간단히 나열을 해 보자면
- 이름을 바꾸었다. 나는 오늘부터 글뚜레다.
사실 이름은 한참 전에 바꾸었지만 일단 오늘부터 글뚜레라고 하자.
- 이별한 것이 하나 더 생겼다.
영원의 이별일 것인지 잠시의 안녕인지는 두고 보자.
- 해 보고 싶은 것은 늘었지만 정작 하는 것은 많지 않다.
이건 변한 것은 아니다. 예년의 습관이 반복되고 있다. 안 좋은 습관. 꿈많은 좌절가.
가끔 삶의 내리막길이 시작될 때가 있다. 롤러코스터가 마지막 고개를 넘을 때 우리의 몸은 찰나의 순간 동안 공중에 떠오른다. 지면이 억지로 밀어낸 것만 같은 불쾌한 거부감. 부양의 순간에 느껴지는 스릴은 언제나 식은땀을 흐르게 한다. 곧 땅에 도착할 것을 알지만, 잠깐의 순간에 언제나 몸은 비명을 지른다. 그러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안착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정말 죽을 것만 같다고. 지금의 내 상태다.
얼마 전 자발적 내리막길을 선택했다. 인생의 하향 곡선을 그리고자 택한 것은 아니다. 이번 내리막길의 목표는 안정감의 획득이다. 공중에서 회전하고 날아다니면서 너른 풍경을 보는 것도 좋지만. 나는 멀미가 심해 그런 분에 넘치는 경험을 하기에는 벅찬 사람이다. 하나를 하더라도 내 손으로, 두 다리를 단단히 디디는 곳에서 하고 싶다. 안정감 있게, 내 발밑이 꺼질까를 불안해하지 않는 곳에서 내 인생을 꾸려가고 싶었다. 그래서 힘들지만 내리막길을 선택했다. 급강하를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지만 지독한 삶의 멀미를 잠재우기 위해 잠시(하지만 조금 급하게) 멈추어 섰다.
지금 나는 롤러코스터의 내리막을 달리고 있다. 몸이 공중을 향해 떠오른다. 뱃속에 잠들어 있던 장기들이 흔들거린다. 식은땀이 비집고 나온다. 위아래로 심하게 덜컹거리는 내리막길에서 그러쥘 안전바 하나 없는 삶을 버티는 것은 참으로 힘겹다. 내리막의 끝에 단단하게 내딛을 땅이 있겠지만, 아직 그 땅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안착할 수 있는 지면. 지면이 보고 싶다.